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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ki Lee Mar 31. 2022

농사에는 때가 있다

3월,  텃밭 농사를 시작하다

주말농장 단톡방에 농장지기의 당부가 떴다. 3월 하순인데 누군가 텃밭에다 고추 모종을 심어 놓았단다. 그 모종은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차가운 새벽이슬을 맞고 운명을 다했다고 했다. 시기를 맞춰 파종하고 모종을 심으라고 여러 번 당부 글을 올렸는데, 꼭 이런 사람이 한두 명 있는 모양이다.

     

텃밭을 처음 갖게 된 초보 농부는 대개 의욕이 앞선다. 싱싱하게 자란 쌈 채소, 삭이 고추, 방울토마토. 푸른 텃밭이 벌써 그의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보다. 몇 년째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또 옥상 정원을 가꾸면서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종묘상은 물건을 팔 욕심에 3월 중순부터 온갖 모종을 가게 앞에 진열해 놓는다. 비닐하우스나 실내 농사가 흔한 세상이라 지금 모종을 파는 것을 뭐라 하지는 못하지만, 뻔히 초보 텃밭 농사꾼임을 짐작하면서도 말리지 않는 게 아다. 그런 가게는 다시는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작물의 파종, 정식, 수확 가능 시기를 표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찾아가 해당 지역에 맞는 작물과 재배 방법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농장이 양지에 있는지 산그늘에 있는지, 또는 비닐 멀칭을 하는지 등 농사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경험이 많지 않으면 농사 선배나 전문가의 정보를 참고해야 한다.   

  


올해는 10평씩 두 군데, 합해서 20평의 텃밭을 얻었다. 공공 분양하는 텃밭 3곳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다행히 가까운 괴곡동의 개인 농장에 텃밭을 얻을 수 있었다. 작년부터 경작한 텃밭(느티나무 농장)은 12만 원, 올해 새로 얻은 텃밭(대추나무 농장)은 10만 원 주었다. 느티나무 농장에는 감자, 쌈채류, 대파를, 대추나무 농장에는 고구마, 고추, 토마토, 가지를 심기로 했다.


3월 15일에 느티나무 농장에 퇴비와 비료를 뿌렸다.  다음 날 농장지기가 트랙터로 로터리 작업을 해주었다. 한 주 지난 3월 23일, 이랑을 만들고 비닐로 멀칭 했다. 퇴비 살포 후 2주가 지난 3월 29일에는 씨감자(두백)와 대파 모종을 심었다. 추가로 두둑 한 에 샐러드와 쌈 씨앗을 뿌려두었다. 대추나무 농장은 5월 초에 고구마와 고추 등 열매채소 모종을 심을 예정이라 이랑을 만들고 퇴비만 뿌려 주었다.

고랑, 두둑, 이랑의 용어 설명

느티나무 농장에 이랑을 만들고 비닐로 멀칭 했다

늘 봄이 되면 의욕이 앞선다. 장미 줄기에 잎이 파릇파릇 돋고, 남쪽부터 꽃 소식이 들려오면 덩달아 마음도 바빠진다. 하지만 경험은 말해준다. ‘참아라. 좀 더 참아야 한다.’라고. 처음 정원을 시작했을 때, 꽃을 빨리 보려는 마음에 3월 중순 경 줄리아 등 여러 꽃모종을 심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꽃샘추위에 모두 얼어 죽고 말았다. 고추 모종을 심은 초보 농부를 흉보고 있지만, 몇 년 전 내가 했던 실수 그대로다. 텃밭도 정원도 3월은 준비하는 기간이다.

 

농사만 그럴까? 세상 모든 일이 다 때가 있다. 10대 때 할 일이 있고, 사회에 진출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많은 사람이 달콤한 열매나 결실만 쳐다본다.  이면에 숨어있는 오랜 준비 기간, 수고, 그리고 기다림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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