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과 어울리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였습니다. 명절이나 제사 때 친척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도 제가 동생들하고만 얘기하고 있으면, 아버지께서는 “애들하고만 있지 말고 나와서 어른들하고도 얘기 좀 해야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잠시 나와서 안부 등을 여쭙고 다시 어린 동생들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게 편하고 좋았으니까요.
앞에서도 말하였지만 저는 솔직히 군대 가기 전까지 저의 적성에 대해 잘 몰랐으며 그때까지는 적당히 대학을 졸업해서 회사에 취직한 후 안락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사는 게 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대 후 인생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꾼 책이 두 권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신이 우리 인간을 만드신 목적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되었고, 그때부터 인생을 보는 관점이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의 주인공 초희는 어린 나이에 골수암에 걸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힘든 병마와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스무 살을 채 채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나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떠나야만 했던 그 애절한 심정은 정말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른의 기준을 스무살이라고 믿었던 초희.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초희가 그토록 원했던 스무 살까지만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것은 단지 조금만 더 살고자하는 삶에 대한 집착 때문이 아니라, 이미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아버린 초희에게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더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다던 초희의 바램에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단순히 어른이 됨을 맛보고 하늘나라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요? 어쩌면 초희에게 있어 스무 살이란 병이 기적적으로 나아서 남은 생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는 바램의 나이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희는 정말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어려서부터 병원과 집만 오간 초희는 세상의 거친 면을 잘 모르는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녀였습니다. 때론 너무나 성숙하리만치 가족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병이 낫는 기적이 제발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초희는 아파도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울지 않고, 울고 싶을 땐 책을 펴놓고 책이 너무 슬퍼서 우는 것이라고 하여 가족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 모든 고통들을 혼자 짊어져야할 때 초희도 얼마나 울고 싶고 얼마나 기대고 싶었을까요. 하지만 겉으로는 웃어야 했던 초희의 얼굴은 병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평온해 보였습니다. 죽기 직전 이미 초희는 삶과 죽음의 모든 의미를 깨닫고 우주의 진리를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부모님과 남은 가족들에게 큰 슬픔을 안긴다는 생각이 초희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을 뿐이지요.
초희는 몸이 점점 마비되어 죽어가면서도 자신보다 더 어리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남는 생이 있다면 골고루 나눠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 어릴 적 엄마 품에서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영원히 그 분께 속하길 원했던 초희.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예수님을 떠올리고 애써 미소 지으며 삶의 희망을 잃지 않았던 초희. 이제는 그 모든 아픔을 이겨내고 고통 없는 하늘나라에서 방긋이 웃고 있을 것입니다. 초희의 몸은 비록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아직도 초희의 글은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영원히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고통과 고민들은 초희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하찮은 것에 불과할 텐데, 서로 자신의 이익만 챙기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들을 볼 때 결국 죽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초희의 죽음이 이 세상에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사랑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픈 사람들은 하느님이 벌주기 위해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또한 건강한 사람들 역시 하느님이 특혜를 베풀어서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를 현재의 우리로 태어나게 했는지를 분명히 깨닫는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만든 존재의 이유를 깨닫고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안에 깃든 순수함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겸손하고 사랑하며 희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신이 우리를 만든 궁극적 목적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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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의 기도..
하늘이시여. 아버지시여.
여기 보잘것없이 꺼져가는 생명하나 당신께 바칩니다.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그러나, 착하게 살려 노력했던 소녀하나가 당신께 천천히 생명을 바칩니다.
아쉽다고 말하기엔 꽉찬것 같고, 꽉찼다고 하기엔 너무 모자란듯한
내 열일곱해..
아버지시여.
그 열일곱해를 당신께 바칩니다.
한번도 내것이라고 느껴보지 못한 내 삶을 주인인 당신께 드립니다.
아버지시여.
어릴적 엄마품에서 십자가에 매달리신 당신의 모습이 전 아름답다 느꼈습니다.
나도 당신에게 속할수 있는 사람이길 원했습니다.
그런 나의 생명을 영원히 당신에게 바칩니다.
난 서럽지 않습니다.
단지 영원을 위해 영혼을 들이마신 것 뿐입니다.
아버지시여.
내 열일곱해 고스란히 당신에게 바치니
내몫일지도 모를 남는 생이 있다면..
천진한 어린 양들에게 고루 뿌려 주소서..
저서 - 1. NLP 심리치료 및 상담
2. 정서행동장애 학생 심리치료 및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