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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불어 사는 사회 Mar 31. 2021

현우가 꿈꾸는 세상(2)

소설입니다.

 현우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하여, 결국 졸업과 동시에 운좋게 연구원에 입사하게 되었다. 현우는 연구원에 대해 처음에는 ‘아무래도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분위기가 조용하고 사람들이 술도 잘 못마시며 그래도 인간적인 곳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같은 생각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첫 회식자리에서 깨졌다.


“자 현우씨, 이리 와서 폭탄주 마시게. 소주와 맥주 비율이 2:8 아주 황금비율이야.”

“자 현우씨 오늘 거하게 마시고 뻗어보자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사람들은 오직 신입직원을 먹이는데 만 관심이 있었고, 말로는 이것저것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자기들의 즐거움을 충족시키고자 하는데 있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왜 모르고 사는 거지?’


 현우는 마음 속 깊이 묻어두었던 생각들을 또다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서로 사랑하는 인성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렇게 자기만은 생각하게 되진 않을 꺼야.’


 사람들도 열에 아홉은 서로 자신의 이익 만을 챙기며 이기적으로 행동하였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현우는 더욱 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갔다. 


어렸을 때는 다들 순수했을 텐에 왜 이렇게 변하는 걸까? 입시위주의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일 거야.’


 현우는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공부와 성적을 중요시하였을 뿐,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온 선생님은 정말 1-2명도 안된 것 같다. 

 내심 시간이 지나면 ‘현실에 적응하며 살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현우는 연구원에 다닐수록 마음 속에서는 ‘이게 내가 갈 길이 아니다‘는 외침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적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의 교직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동아리 후배 소개로 만난 여자친구 윤경이는 그래도 현우의 생각을 잘 이해해주었다.

 윤경이도 처음에는 현우의 이런 생각들이 참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

 

“오빠 얘기를 듣다 보면, 가끔씩 내가 동화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내가 꿈꾸는 세상이 바로 그런 거야. 동화처럼 아름다운 세상”

“그런 날이 올까?”

“그럼, 언젠 가는...호수 가운데 떨어진 돌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며 결국 물가에 전달되듯 우리들의 작은 사랑도 점점 커져 메아리를 이룰 거야”


윤경은 이런 점이 참 현우다운 점이라 생각했다. 윤경 역시 잊고 살았던 어렸을 적 순수한 동심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주말을 맞이하여 현우는 고향에 내려갔다. 내려가는 차 안에서도 현우는 연구원에 계속 다니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계속하였다. 결코 적지 않은 월급과 부모님의 기대, 현재의 나이, 이제 곧 결혼도 해야 한다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연구원을 계속 다녀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 양심을 거스르며 정년퇴임 때까지 다닐 수 있을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일 수는 있어도 과연 보람있는 삶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정녕 하고 싶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더 늦게 전에 연구원을 그만두어야 한다.

 현우는 부모님의 생각을 먼저 한번 떠보았다.


“엄마, 연구원도 이제 꽤 다녔는데 별로 적성에 잘 안 맞는 것 같아. 그만두고 다시 재수하면 안될까”

“현우야 이제와서 왠 엉뚱한 소리니, 얼마나 좋은 직장인데 계속 정붙이고 잘 다녀야지”


예상했던 대로 엄마는 결사 반대였다.

아버지도 잠자코 계시다가 한마디 하셨다.


“그래 현우야, 뭐가 그렇게 힘드냐?”

“인간관계도 힘들고 사람들도 그렇고 제가 추구하는 이상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하고 어울리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변하지 않게 지켜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래도 현우야 현실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렴. 네 나이도 이제 서른이 넘었고 곧 가장이 되어야 하지 않겠니. 예전에 사귀었던 정원이도 네가 직장 그만 둔다고 해서 헤어졌잖느냐. 지금 사귀고 있는 윤경이도 네가 그만둔다면 좋아하겠느냐?”

“그렇다고 제가 양심을 거스르며 하기 싫은 일을 계속 할 수는 없다구요!”


“다들 그렇게 사는 거다. 나라고 뭐 좋아서 공무원 생활을 했겠니? 다 처자식 먹여살리고 일했지. 다른 일  해봤자 다 똑같다. 똑같아”

“아니예요 아버지, 저는 제 개인적인 욕구만 충족하며 살 수는 없어요. 가치있는 일을 하며 살 거예요.”


“시끄럽다. 괜한 생각 말고 어서 빨리 결혼할 생각부터 하거라. 결혼하게 되면 직장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거다.”

“왜 제 인생인데 자꾸 간섭하시는 거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싶다구요!”


 현우는 밖으로 뛰쳐 나왔다. 이해해 주실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에게 처음 대들어봤다. 

 사실 아버지 말씀이 틀린 말은 아니다. 현우 혼자 결정할 문제라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만두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3년 전 현우에게는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여자친구가 있었다. 오히려 정원이가 현우를 많이 좋아했었는데, 현우가 언젠가는 연구원을 그만둘 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정원이는 두말도 없이 떠나갔다.


 현우는 정원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믿었던 사람에게 버림을 당한 것 같아 한없이 섭섭했다. 

애써 위로해보려 했지만 가슴 속은 구멍이 뚫린 것 같이 허전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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