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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불어 사는 사회 Apr 02. 2021

현우가 꿈꾸는 세상(3)

소설입니다.

 눈이 소복이 내리던 어느 날, 현우는 동아리 후배 결혼식에 참석하러 인천에 갔다. 

오랜만에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 옛날 이야기를 하니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현우는 어렸을 때의 추억을 지금도 가끔씩 되새기며 흐뭇한 미소를 짓곤 한다. 특히 대학교 때의 동아리는 그의 대학생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추억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곳이다. 

오랜만에 동아리 선후배들과 만나 회포를 푸니 꼭 다시 대학생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인사를 나누고 있던 찰나, 저쪽에서 2년 후배인 미영이가 다가왔다.


“어, 현우오빠 아니예요?

“어? 미영이구나~. 야 정말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네. 임용시험도 붙고 선생님된지 3년 되었어요.”

“아 그렇구나. 축하한다. 난 지금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어.”

“우와, 오빠도 좋은 곳에서 일하네요.”

“음, 그런가? 하하 하여간 만나서 정말 반갑다.”


 10년전 현우가 군대에서 제대했을 때 동아리방에서 제일 처음 만났던 동아리 후배가 바로 미영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현우는 지금도 다른 후배들보다도 미영이가 더 친근하게 여겨졌다. 

 또한 지금의 여자친구도 소개시켜준 후배가 바로 미영이다. 돌아오는 길에 현우는 미영이 차를 얻어 타게 되었다.


“오빠, 윤경이랑은 잘 되가죠?

“응, 그럼. 잘 되가고 있어.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서 정말 고마워”

“하튼 결혼하게 되면 제게 핸드백 하나 사주셔야 되요. 호호”

“하하 알았어.”


 윤경이를 만나기 전 현우는 정원이와의 헤어짐의 상처로 매사에 의욕이 없었다. 하지만 윤경이를 처음 본 순간 현우는 왠지 인연일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생각이 잘 통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들은 잘 사귀고 있다.  

        

 현우는 윤경이와 만날 때마다 옛날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특히 어렸을 적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윤경아, 어렸을 때 겨울에 가장 재밌었던 놀이가 뭔지 아니?”

“음 글쎄, 아무래도 눈과 관계된 놀이가 아닐까?”

“하하 맞아.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우리들에게 가장 인기있던 놀이는 뭐니뭐니해도 ‘눈깨뜨리기’였어.”

“눈깨뜨리기? 그게 뭐야?”


“우선 눈을 주먹만하게 꽁꽁 뭉쳐. 그럼 이걸 손으로 꽉꽉 누르고 문질러서 조금 단단해지면 그 위에 눈을 덧붙이지. 그리고 이번엔 벽같 은 데다 조금씩 힘을 줘가며 문 덴 다음 어느 정도 딱딱해지면 그 위에 또 눈을 덧붙이는 거야. 이런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면 처음에 눈덩이는 어느덧 수박통처럼 커지지.”

“아~ 그렇게 크게 만들어서 어떻게 하는 거야?”


“이렇게 수박통 만한 눈덩이가 완성되면 우리는 공터에 모여 한 사람은 자기 눈덩이를 밑에 놓고 또 한 사람은 위에서 떨겨 이를 어느 하나가 깨질 때까지 번갈아 가면서 계속 내리치는거야. 그렇게 단단하게 만들었건만 보통 한 10번 정도만 내리치면 깨지지. 이렇게 하여 동네 왕을 가렸는데, 아이들은 모두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 최고의 눈덩이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어.”

“우와~ 나는 도시에서만 자라 그런 건 해보지도 못했는데... 재밌었겠다!”


“그럼 무지 재미있었지. 이렇게 해서 동네 왕이 된 아이는 자기 눈덩이를 집 뒤 뜰에다 잘 보관하면서 다음날 다른 아이가 도전해오면 또 눈깨뜨리기를 하고, 새로 왕이 된 아이는 또다른 아이의 도전을 받기 위해 자기 눈덩이를 고이고이 겨울 내내 간직하였지. 지금도 가끔그때 일을 생각하면 살포시 웃음이 나온다.”

“그러게, 오빤 시골에서 자라 그런 재미난 추억들이 많았겠다. 그땐 눈덩이가 정말 고귀한 존재였겠지?”


“그렇지. 어렸을 적 이 눈덩이는 단단하고 덜 단단하고를 떠나 우리 각자의 소중한 보물이었어. 어린 시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딱지와 구슬 그 이상이었지. 겨울이 지나 금방 녹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우린 눈덩이를 만들지 않았을 거야. 우리는 이 눈덩이가 1년 내내 녹지 않고 그 다음 해에도 잘 싸워주기를 바랬어. 하지만 눈은 녹을 걸 알았기에 우리는 다음 해를 기약하며 아쉬워하면서도 얼른 잊을 수 있었지.”

“오빠에게 있어 겨울은 정말 제일 소중한 계절이었겠다.”


“맞아. 지금 생각해보면 겨울은 그 어느 계절보다도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아.”

“오빠 얘기를 듣다보면 내가 동화책에 살고 있는 것 같은 포근함이 들어. 보통 사람들은 다 현실적인 얘기만 하던데 오빤 그렇지 않거든. 오빤 어떻게 보면 다른 세상 사람인 것 같아. 근데 오빠, 이렇게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어?”


“뭐 내가 일반 사회상식이 부족한 게 제일 큰 이유겠지?”

“에이 오빠도.. 호호”

“농담이고, 난 어렸을 때의 추억은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 그것은 아마도 내 자신이 과거 속 추억을 그리워하고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러한 추억을 그리워해서인지도 모르겠어. 또한 어렸을 적 추억이 ‘향수’를 느끼게 해 주고 감정을 정화시켜 주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더 가슴깊이 남는 것 같아. 한 가지 분명한 건 과거에만 묻혀 사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그 때의 기억을 발판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설계에 나가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


“아 그렇구나. 오빠 얘기를 들으니 나도 잊고 살았던 어렸을 적 추억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네. 가끔씩 되새기면 마음도 정화되고 참 좋을 것 같아”

“맞아 윤경아, 내가 앞으로도 좋은 추억들 많이 많이 얘기 해 줄테니, 너도 생각나는 추억 있으면 얘기 해주렴.”


 윤경이는 현우가 참 좋은 오빠라고 생각하였다. 비록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느낌은 있어도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배려심이 많아 같이 있으면 언제나 편안했다. 현우 역시 윤경이의 순수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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