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훈련기 21. 숙제

네 자신을 사랑하라

by JINSOL


21. 숙제


이별의 끝에서 그 남자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네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해봐."


이별의 끝에서 나오는 충고는 의미가 있는 걸까 싶지만

어쨌거나 난 이 말 한 마디를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좋아했던 남자의 마지막 말이라서가 아니라.

나또한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으므로.


그렇게 그 남자는 마지막 숙제를, 그것도 검사도 하지 않을 숙제를 던져주며 나를 떠났다.

난 그가 남기고 간 숙제를 펼쳐보았다.

떠난 남자가 내준 숙제 따위에 무슨 의미를 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난 시간이 많았다. 마땅히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기에 퀴즈 풀 듯 풀어보자 싶었다.


'나를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하지만 막막했다.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이며, 왜 이 사람을 사랑해야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치 나는 내 업무가 아닌 일을 맡은 사람마냥 억울한 눈빛으로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세지를 바라봤다.


난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는 장님이고 귀머거리였다.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까지도.

그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인도 영화 'Black'이 떠올랐다. 영화 속 주인공 '미쉘'은 태어날 때부터 눈과 귀가 멀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미쉘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8살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의자에 앉아 밥을 먹기는 커녕 음식을 던지고 식기를 내동댕이 쳐버린다. 다행히 미쉘은 훌륭한 스승을 만나 교육을 받는다. 그 스승은 식탁에 제대로 앉아 밥을 먹는 법부터 가르친다.


나는 영화 속 미셀처럼 가장 기본적인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할 수 있는 성인이었지만, 나를 가치 있게 여기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내 마음이라는 걸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오늘 내 마음은 왜 이런지,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할 지 아무것도 몰랐다.


단 하나 내가 느꼈던 감각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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