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솔 Oct 13. 2021

우울증 일기 18. 남자에 대한(3)


남자들의 놀림은 내 삶에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사랑에 대한 결핍과 남자에 대한 피해의식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괴물로 변해갔다. 

결핍과 피해의식을 바탕으로 우울증이라는 마법의 가루가 더해져 내 삶을 흔들어 놓았다. 


첫번째로 나는 사랑을 받고 싶었다. 누군가도 좋으니까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두번째로 난 여자니까, 남자에게 사랑받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의 사랑을 기대했다.

세번째로 난 에쁘지 않고 뚱뚱했으니까 남자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여자로서 호감 받는 일은 드물었다. 

네번째로 난 그 상황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남자들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이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현실을 왜곡하는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인간적인 관심인데도 말이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시작하면 무조건 이 사람이 나를 이성으로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성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면 난 가차없이 그 관계를 필요없어 했다. 필요없어만 한게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것이라도 뺏긴냥 서러워했고 괴로워했고 우울해했다. 


예를 들어, 남자가 내가 아닌 내 친구,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면 나는 미칠듯이 질투가 나고 서럽고 박탈감을 느끼고 외로웠다. 그 남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과도한 기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 대한 민감한 반응 등 이런 문제때문에 내 인간관계는 시끄러웠다. 나랑 상관 없는 두 사람만의 연애문제에 내가 과민반응해서 사이가 틀어지는 일들이 일어났다. 지금보면 참 웃기는 일이다. 난 늘 그들의 연애의 판에 발판만 되어주는 기분이 들었고, 내가 못가진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모든 남성에게 내가 호감을 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늘 나를 따라다녔다. 그럴때마다 우울감은 너무 커졌다. 우울감을 달래려고 폭식을 미친듯이 해댔다. 


남자친구가 바람이 난 것도, 결국 내 탓으로 돌렸다. 


'저 여자애가 나보다 훨씬 예쁘고 날씬하니까 그래서 떠난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살을 마구 빼려고 노력했다. 폭식을 하면서도 안먹으려고 노력했다. 예뻐지면 모든 행복이 찾아올거고 뭇 남성들이 다 나를 좋아해줄 것처럼 느껴졌다. 


살을 빼고 정상 몸무게가 됐는데, 남자친구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았다. 딱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갑자기 호감을 받거나 그런것도 없었다.   


상담사와 이 고민을 나누면서 어릴때 받았던 상처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 상처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얘기 했다. 그러자 내 안의 내가 잠잠해진 것 같았다. 


이제는 남자가 나를 좋아하지않는 것에 대해서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 


작가의 이전글 우울증 일기 17. 남자에 대한(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