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는 여행, 그 말처럼
이번 하와이에서는 특별한 하루보다 익숙해지는 하루가 더 많았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여행자’였다.
하지만 이틀, 사흘, 일주일…
아침이면 일찍 깨어 거실 창문을 열고,
바다 너머로 넘어오는 빛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반복되자,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낯설지 않게 느껴지자,
비로소 실감이 났다.
“아, 지금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보고 있구나.”
아이들과 매일 외식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 외식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현지 마트에서 장 보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코스트코, 월마트, 세이프웨이, 타깃마트, KTA 스토어까지—
하와이의 마트는 거의 다 가보았고,
로컬 식재료를 우리 입맛에 맞게 조리해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한인 마트에 가지 않았다.
첫째가 세 살이던 두 번째 여행 때만 해도 매번 한인 마트를 찾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이들도 빠르게 적응해 갔고,
우리 가족 모두가 ‘하와이의 일상’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서 간단히, 점심은 맛집을 들르거나 엄마표 도시락을 준비했다.
김밥, 무스비, 샌드위치처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간단한 도시락이었지만,
스팸, 계란, 소시지, 아보카도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한 한 끼가 되었다.
낯선 주방에서 밥을 짓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그곳에서 ‘우리 식탁’을 차린다는 건
기분 좋은 안정감과 따뜻한 연결감을 안겨주었다.
익숙한 맛이 간절한 날도 많았다.
그 익숙함은 오히려 여행지에서 더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어디서 먹느냐보다,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매일 저녁 웃음 섞인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배워갔다.
“식탁 위 작은 루틴이 여행을 삶으로 바꾸어 주었다.”
다음 회 예고:
<아침엔 비치, 오후엔 여유로운 자유시간>
하와이에서 자연스러워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삶,
아이들과 함께 바다에서 뛰놀던 아침,
그리고 오후의 느긋한 자유 시간 속에서
우리가 발견한 또 다른 ‘살듯이 여행하기’를 나누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