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아닌 '살아보는 사람'으로 변해간 우리 가족의 3주.
세 번째 하와이.
이번에는 네 명이 함께였다.
신혼이었던 첫 여행,
세 식구가 되어 떠났던 두 번째 여행을 지나
이번에는 네 가족이 되어 그 섬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달랐다.
단순히 휴가를 떠나는 여행이 아니었다.
한 번쯤은 일상과 떨어져,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보고 싶었던
엄마의, 아빠의, 우리 가족의 작고 단단한 결심이었다.
아침이면 숙소의 주방에 햇살이 스며들고,
아이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오늘은 어디 가?” 하고 물었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매일 다르게 다가왔다.
어제보다 더 가까이 스며들고,
오늘은 또 다른 색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세 번째의 하와이는 낯설지 않았지만, 새로웠다.
이번엔 단지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는 3주’였다.
조금 더 깊이, 조용히 하와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풍경이
우리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다.
첫째는 매일 바다에서 아빠와 파도타기를 하며 웃었고,
둘째는 모래사장에서 조개껍질을 주우며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놀았다.
나는 그 모습을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며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 순간이 오롯이 느껴졌다.
눈앞의 바다,
따스한 바람,
그리고 함께 있는 우리 가족.
“아, 지금. 이 순간이구나.”
밥을 해 먹고,
장을 보고,
해변을 걷고,
함께 해 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날들.
그건 ‘관광’이 아니었다.
살아내는 시간이었다.
매일 같은 하루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가 있었다.
아이는 더 자주 웃었고,
남편은 더 많이 나를 바라봤고,
나는 더 자주 고요해졌다.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어떤 목표도, 정답도,
완벽한 일정도 필요하지 않다고.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이미 목적지였으니까.
세 번째 하와이,
그 안에서 우리는
'관광객'이 아니라
‘살아보는 사람들’이 되었다.
낯선 곳에 잠시 머문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속도를 돌아보고,
서로를 다시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다.
아이들도, 엄마도, 아빠도
조금씩 더 ‘우리’가 되어가던 3주.
그때의 하와이는,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계절이었는지도 모른다.
다음 회 예고:
<같은 장소, 전혀 다른 풍경을 보다〉
세 번째 하와이에서 마주한, 매일 달라지는 풍경과 마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