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그대로였다.
푸른 바다, 고운 모래, 바람결 따라 흔들리는 야자수,
그리고 어김없이 붉게 물드는 노을까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번 다르게 보였다.
첫 하와이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어느 해변이든 환호했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장소를 보고 싶었다.
사진 속 그 장면,
블로그에서 봤던 바로 그 포인트들을
하나라도 더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두 번째 하와이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떠났지만
사실상 ‘육아의 연장선’이었다.
준비물은 많고, 낯선 잠자리와 낯선 음식,
기분은 날씨에 따라 요동쳤다.
그래도 아이의 맨발이 모래 위를 달릴 때,
파도를 향해 환하게 웃을 때면
“그래, 이 맛에 왔지.”
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그리고 이번, 세 번째 하와이.
어디를 더 가느냐보다
‘어떻게 머물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 여행이었다.
같은 바다였지만
매일 다른 색으로 빛났고,
같은 숙소였지만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의 각도가 매일 새로웠다.
아빠가 아이와 모래성을 쌓으며 웃고,
서로 다른 비치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다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노부부,
햇살을 등지고 묵묵히 파도를 기다리는 청년의 얼굴까지—
그 모든 풍경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깊게 다가왔다.
익숙한 장소에서 처음 보는 표정을 발견하고,
이미 알고 있는 길 위에서
새로운 마음을 마주했다.
세 번째 하와이에서도 나는 점프샷을 남겼다.
같은 포즈, 같은 장소였지만
전혀 다른 감정으로.
첫 여행은 설렘,
두 번째는 책임,
그리고 이번에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진짜 여행은
장소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바뀌는 순간에 시작된다는 걸.
같은 하와이였지만
그 안에 담긴 우리의 풍경은 매번 새로웠다.
그건 장소가 달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멀리 떠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함께 바라보는 방향,
그 시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여행의 진짜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의미를 만나고,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돌아왔다.
“장소는 같았지만, 우리 마음이 달라졌기에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다음 회 예고:
여행자가 아닌 ‘살아보는 사람’으로서 하와이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살듯이 여행하기 – 하와이 루틴의 힘〉
시장에서 장보고, 숙소에서 밥을 짓는 평범한 하루가
어떻게 특별한 순간으로 바뀌었는지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