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아이와 처음 떠난, 아이의 리듬에 맞춘 두 번째 하와이
“우리, 하와이 또 갈까?”
첫 하와이의 따뜻한 기억이 채 바래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항공권을 예약했다.
남편의 연구 과제가 좋은 성과를 내며,
뜻밖의 기회처럼 두 번째 하와이가 우리 앞에 놓였다.
이번에는 둘이 아니었다.
세 식구가 된 첫 해외여행.
첫째가 세 살 무렵이었다.
말은 서툴렀지만 걷고, 느끼고, 반응하던 아이.
모든 게 ‘처음’이던 그 시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떠난 여행지가
또다시 하와이였다.
사실, 고민도 많았다.
“세 살 아이와 비행기를 9시간이나?”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육아에 지쳐 있던 나에게
그보다 더 좋은 힐링은 없었다.
‘엄마’가 아닌 ‘나’로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나는 아이가 생각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적응이 빠른 존재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비행기 창밖을 보며
“구름이야~” 하던 반짝이는 눈,
호텔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물장구치며 웃던 얼굴,
모래사장에서 작은 조약돌을 하나하나 줍던 작은 손.
아이의 감탄은
나에게도 마치 처음 보는 풍경처럼 다가왔다.
그 웃음은 낯선 땅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무한한 에너지가 되어주었다.
물론, 완벽한 여행은 아니었다.
첫날부터 어른의 시선으로 짠 빡빡한 일정.
햇볕 아래 오래 걷고, 쉬지 않고 이동하며
아이의 리듬을 놓쳤다.
여행이 끝날 무렵에서야 깨달았다.
“우리가 잘못했구나.”
아이와 여행할 땐,
아침에 충분히 뛰놀게 하고,
낮잠 시간엔 조용히 우리 부부의 시간을 보내며,
아이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낯선 환경에 잠투정은 잦아졌고,
입 짧은 아이를 위한 식사는
매 끼니마다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선택이 아쉬움으로 남진 않았다.
아이와의 여행은
여행의 ‘목적지’를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의 ‘속도’를 바꾸는 일이었다.
천천히 걷고, 자주 멈추고,
한 장소에 더 오래 머무르며
같은 하와이를 전혀 다른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 시간.
두 번째 하와이는
내게 ‘엄마로서의 여행’을 처음 알려주었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그 여행은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첫 번째 하와이가 ‘이벤트’였다면,
두 번째 하와이는 ‘경험’이었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육아 속에서
조금씩 나를 회복하게 해 준 여정.
그렇게 하와이는,
또 한 번 내 인생의 중요한 장면을
부드러운 햇살 속에 조용히 새겨주었다.
다음화 예고:
<이제는 네 가족, ‘살아보는 여행’이 된 세 번째 하와이>
세 식구에서 네 식구로,
그리고 ‘관광’이 아닌 ‘살아보는 여행’으로.
그곳에서 우리가 찾은 새로운 속도와 하루의 의미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