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투성이 현실 속, 다시 마음을 모았다
사실, 나도 수없이 흔들렸다.
마일리지 좌석 변경,
숙소 조정,
짧아진 일정.
하나하나 다시 손보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생각보다 더 피로했다.
무엇보다도
‘이게 정말 맞는 선택일까?’
그 질문이
틈만 나면 속삭이듯 찾아왔다.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 이 시기에 떠나는 게
정말 옳은 걸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마음 깊숙한 곳에서
더 또렷하게 떠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이건, 정말 내가 해보고 싶은 여행이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여행의 경험과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라는 걸.
그리고 그 가치를
이번엔 아이들과 함께
다시 한번 누리고 싶었다.
누구의 권유도,
남들의 시선도 아닌,
오롯이 내 안에서 시작된 계획.
가족에게
한 번쯤 꼭 선물해주고 싶었던 시간.
그래서
조금은 고집스럽게
이 계획을 놓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도 솔직히 말했다.
“우리 9월에 여행 가기로 했잖아.
근데 상황이 바뀌어서,
이번 달 6월에 먼저 떠나는 거 어때?”
첫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진짜? 이번 달에?
그래도 3주면 길어. 좋아!”
남편도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다 같이 떠나는 거잖아.
길든 짧든, 우리에겐 소중한 시간이 될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결국 중요한 건 ‘며칠’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었다.
일상의 피로 위에
계획 변경이라는 변수까지 겹쳤지만,
우리는 더 단단하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로 했다.
확신에서 비롯된 조용한 다짐,
그리고 그 다짐을 지켜가는
작고 묵직한 노력들.
그건 ‘고집’이 아니라,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싶은
한 사람의 의지였다.
결국,
모두의 마음은 다시 하나로 모였다.
“우리, 가자.
함께, 최선을 다해서.
지금이 기회야.”
다음화 예고:
“그렇게, 우리 가족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선택의 시작엔
아주 오래전, 신혼의 낯선 하와이가 있었다.
처음엔 몰랐다.
그 여행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꿔놓을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