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편의 이직, 그리고 단 7일의 준비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by 캄스
우리가 그렸던 하와이 한 달 살기, 이 두 장의 지도로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비행기표, 숙소, 일정표까지—
우리는 하와이 한 달 살기를 향해
조용히, 설레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인생은 언제나
예고 없이 다른 페이지를 펼친다.


남편의 이직이 결정되었다.
토록 바라던 방향으로의 전환.
10년 넘게 묵묵히 한 업계에서 걸어온 길 위에
마침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기뻤다.
진심으로, 가족 모두가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머릿속을 스친 단 하나의 문장.


“그럼, 하와이는…?”


남편의 첫 출근일은 7월 1일.
우리가 떠나려던 날짜는 9월 21일.
계산해 보니,
어림잡아 두 달 반이 사라졌다.


정말 이걸 포기해야 할까?
아이들과 약속한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때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 그래도 가자.”


한마디에 다시 용기가 났다.

우리는 마일리지로 예약해 둔 항공권을 다시 검색했고,
일정을 3주로 줄여 다시 구성했다.
숙소를 조정하고,
렌터카와 동선도 전면 수정했다.


남은 준비 기간은 단 7일.


출국까지의 모든 과정을
단 일주일 안에 다시 해내야 했다.


놀랍게도,
해낼 수 있었다.


정말 중요한 일들은
때때로 ‘시간’보다 ‘의지’가 더 빠르게 움직인다.


엄마는 원래 그런 존재니까.
아이 둘을 키우며 쌓아온
수많은 시행착오와 빠른 판단력,
여행지에서 순식간에 정리해 낸 유연한 판단력은
이번에도 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과 나의 마음이 같았다는 것.


“모두가 만족하는 가족 여행이 되자.”


그 문장 하나로
우리는 다시 팀이 되었다.


예상보다 짧아진 시간.
하지만 그 시간 속의 마음은
훨씬 더 단단해졌다.



다음 화: "흔들렸지만, 결국은 함께하기로 했다."


짧아진 일정, 바뀐 계획, 계속되는 마음의 질문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고민과 흔들림 속에서도
끝내 손 놓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


"이 여행만큼은, 우리 가족과 꼭 함께하고 싶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하나의 마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로 했다.

keyword
이전 03화"정말 가야 해?" 그 한마디에 무너진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