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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여행이 한 달 살기가 된 이유

마일리지표가 정해준 우리 가족의 9월

by 캄스

처음엔 단순한 여행이었다.
추석 연휴를 이용한 7박 8일,
아이들과의 특별한 한 주를 만들고 싶었다.
그저 그 정도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쌓아둔 마일리지가 있었다.
남편이 10년 넘게 모아 온 그 마일리지.
여행을 꿈꾸면서도 매번 미뤄졌던,
올해가 유효기간 마지막 해였다.


늘 “언젠가 써야지” 마음만 품고 있던 그 조각들이
드디어 하나의 여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항공권을 검색했다.


하지만 원하는 날짜엔 마일리지 좌석이 없었다.
앞으로 당기자니 이르고,
뒤로 미루자니 애매하게 길어졌다.


‘그럼 그냥... 좀 길게 다녀올까?’


처음에는 흔들렸다.
“한 달까지는 무리 아냐?”
“아이들 학교는? 남편은 회사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추자면 여행을 떠날 수 없다.
여행에 완벽한 시기는 없다.
바로 ‘지금’이 가장 완벽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마일리지가 날짜를 정해줬고,
그 날짜가 ‘한 달 살기’의 시작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하와이 한 달 살기.

단지 마일리지 좌석 하나가
우리 가족의 여정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아마도 나 혼자였다면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리진 못했을 거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는 이유 하나가
내게 용기를 주었다.


무언가를 함께 겪고, 기억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시간을 위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보기로 했다.

마일리지 덕분에 생긴 우연한 시기였지만,
그 우연은 어느새
우리 가족에게 가장 알맞은 계절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9월을 기대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마음속 깊은 곳엔
어느새 여행의 설렘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설렘은, 삶의 속도를 다시 배우는 첫걸음이 되었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고 믿었는데,
단 한 문장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다음 화에서는,

‘정말 가야 해?’라는 말에
무너질 뻔했던 어느 날의 기록을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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