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로 한 후, 다시 흔들린 순간
마음을 정했다.
가기로.
정말 떠나보자고.
가족 모두가 기대하며
조용히 9월을 기다리던 어느 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한마디.
“근데, 정말 가야 해? 한 달씩이나?”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계획도, 결심도, 준비도 다 되어 있다고 믿었는데
단 한 문장이
바람처럼 스며들어 내 안을 흔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버텨왔던 일상들이
그 순간, 위로를 원했던 걸까.
엄마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깊숙이 파고들었다.
“애들 힘들지 않을까?”
“돈도 많이 들고, 위험할 수도 있고…”
엄마는 걱정이었다.
늘 그렇듯,
딸을 위한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단단히 붙잡고 있던 마음이
허무하게 풀려버린 느낌이었다.
“나도 다 계획이 있다고…”
참아왔던 감정이 결국 쏟아져 나왔다.
갑작스런 딸의 눈물에,
엄마는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잘 몰라서 한 말이야.
신경 쓰지 말고,
너희 가족 계획대로 해.”
애써 딸의 마음을 달래려는
엄마의 목소리에
내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 말들은
그날 하루 종일,
그리고 그 밤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 너무 무리한 걸까?’
‘이건 그냥 내 욕심일지도 몰라.’
‘괜히 가족을 끌어들이는 건 아닐까?’
그날 밤,
아이들이 고요히 잠든 모습을 보며
괜히 눈물이 났다.
마음은 이미 하와이에 가 있었지만,
현실은 내 손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다시 마음을 붙들었다.
누군가의 말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 안에서 또렷하게 들려오는 내 목소리.
이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로서,
또 하나의 딸로서,
두 개의 마음을 모두 품은 채
묵묵히 하루하루를 준비해갔다.
겨우 마음을 다잡았을 때,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남편의 이직, 그리고 단 7일의 준비 기간.
우리는 결국, 떠나기로 했다.
다음 화: “남편의 이직, 그리고 일주일의 준비 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