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기 전까지는 나도 몰랐다.
도시와 도시 사이: 여름, 프랑스 파리
"나 유럽 다녀올게!"
오후 3시, 하루가 지루해지는 시간에 맞춰 보낸 연락에 동생은 빠르고 간단하게 답했다.
"?"
예상한 반응이다. 당연하지. 14시간의 긴 비행을, 출발 2주 전에, 아무 계획도 없이 결정해 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막무가내인 나를 못 당해낸다는 것을 평생의 경험을 통해 배운 동생은 별말 없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항공편과 숙소까지 결제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으랴.
프랑스 여행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파리에 대한 낭만이 전혀 없을뿐더러, 프랑스어도 하나도 할 줄 몰라서 악명 높은 프렌치 사람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파리 여행을 가게 됐냐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벨기에 브뤼셀의 한 카페로 돌아가야 한다.
여행 4일 차. 그날은 맛있는 커피를 마셔야만 했다. 이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카페 몇 곳을 방문했으나, 커피다운 커피를 단 한 번도 마시지 못한 나는 더 이상 도시를 구경할 힘조차 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구글 지도에 들어가서 평점 4.5 이상인 카페를 열심히 찾았다. 그렇게 찾은 오늘의 목적지는 숙소 근처의 낯선 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카페 이름에 들어간 '로스터리(Roastery)'라는 단어와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카페의 첫인상은 꽤 마음에 들었다. 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아. 기대감으로 한껏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매장에 들어섰다. 오늘도 역시나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음…… 유럽에서 마셨던 플랫화이트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데, 그래도 뭔가 아쉽단 말이지.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며, 어젯밤에 미뤄 놓은 일기를 써 내려갔다. 중간중간 카페 내부도 구경하면서. 내가 앉은 테이블의 정면에 공간이 반사되는 벽이 있었는데, 그곳에 비친 혼자 앉아 있는 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뭔가 재밌는 게 필요해. 파리에 갈까? Voila! (프랑스식 감탄사다. 상황에 따라 뜻이 다양하지만, 여기선 '이거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파리행 유로스타를 결제했다. 좋아, 내일 아침 일찍 떠나서 밤에 돌아오는 거야.
오전 6시 10분. 부지런한 해는 벌써 출근해서 거리를 환하게 비추지만, 햇살이 들어선 거리에는 사람 한 명 없는 한적한 시간이었다. 평화롭게 묘사한 거리는 실제로도 매우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유럽에 도착한 지 5일밖에 안 된 겁쟁이 여행자. 아직은 유럽이 무섭다. 혹여나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감각을 한껏 세운 채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기차역에 도착해서도 기차에 탑승하기 전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파리 북부역. 서울역만큼이나 넓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잠시, 고작 8시간뿐인 파리 여행을 알차게 즐기기 위해 곧바로 프랑스 교통카드인 '나비고(Navigo)'를 발급받고자 키오스크를 찾아 떠났다. 길게 줄을 선 관광객들을 따라 순서를 기다리고 있으니, 옆에서 역무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한 관광객의 말소리가 들렸다. 지금 내가 줄 서 있는 곳은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줄이고, 실물카드를 구매해야만 충전할 수 있단다. 실물카드? 나 오늘 저녁에 떠날 건데 필요한가? 그렇다. 필요했다. 서 있던 줄을 나와서 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또 다른 줄을 섰다. 이 줄도 아니다. 이미 기차에서 내린 지 30분이 지났다. 답답한 마음에 챗지피티에게 구입 방법을 물었다. 1회권이 있단다. 게다가 애플페이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에는 네이버에 물었다. 애플페이 어떻게 써? 그렇다. 나는 애플페이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아이폰 유저다. 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나비고 1회권을 구했다. 그것도 모바일로! 나 태어나서 애플페이 처음 써봐!
여행 팁!
나비고(Navigo) 교통카드 구매법을 검색하면 대부분 실물카드를 추천해 준다. 게다가 내가 여행하며 찾아본 정보들에서는 나비고 애플페이 사용에 대한 방식이 거의 설명되지 않았다. 파리북부역에는 나비고 카드를 충전하기 위한 많은 키오스크가 있지만, 실물카드를 구매해야 한다는 점과 충전하기 위해서 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물카드보다는 모바일카드 구매를 추천한다. 나비고 앱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구입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 모바일카드를 사용할 때는 한국과 동일하게 버스 탑승 시 NFC 태그를 이용하면 된다. 탑승 후 탑승권이 사용됐는지 확인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