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갤러리 일상

그래 그래 피었구나!

갤러리 마당 한켠에 해묵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화단. 나는 그곳에 엎드려 덤불을 한 양동이나 걷어냈다.  아직은 바람이 쌀쌀하였기에 솜이불같은 낙엽을 걷어내기가 미안했다.  



밖은 아직 추울 테니 뜨신 밥 먹고  천천히 나가라는 엄마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는지  돌단풍들 작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런 개구쟁이 녀석들! 뭐가 그리 궁금해서 이렇게 달려 나왔니?


겨우내 고생한 초록 식구들을 해 든  마당에 둘러 앉히고 나는  고운 소리 뽑아 올려 하늘에 대고 라떼  한잔 주문했다.

  "구름 휘핑 크림 잔뜩 얹고  시나몬 향이 나는 봄바람 살살 뿌려주세요~~~~."



...라고 위에 써놓은 글을 브런치 서랍 속에서 발견했다.

하하~~ 지금의 나는 그런 커피쯤은 직접 뽑아 먹을수 있는 건방진 경지에 올라있다.

그리고 아기 돌단풍만 옹기종기 나와있던 갤러리 화단은 금새 초록 창고로 변했고

 한 뼘짜리 화단에서 남 부럽지 않게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났다. 

 기억으로는 돌단풍꽃ㅡ매발톱꽃ㅡ빈카ㅡ딸기꽃ㅡ금낭화ㅡ장미ㅡ마삭줄꽃 ㅡ병꽃나무꽃이 차려대로 피었고. 며칠전엔, 화룡정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나리꽃이 피어버렸다!

나는  놀랍고도 송구하여 꺼이꺼이~울음소리에 가까운 웃음을 빻았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내가 가꾸는 화단에 먹을 게 빠져있을리 만무.

갤러리 입구에 심긴 딸기 묘목에서 나는 기어코 딸기 다섯 알을 수확했다. 

너무 신이나 바라보고만 있다가 때마침 와주신 방문객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약간은 달콤했고 약간은 새콤했다.

아. 딸기맛이구나.싶은 찰나. 작은 과육과 얼아 안되는  과즙이  목구멍으로 꼴깍 넘어가 버렸다. 

딸기! 먹었다고는 할수는없고 그냥 잠깐 만났던걸로~~!



작가의 이전글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갈 찻잔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