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들고 간 야채며, 김치며, 어머님 된장에 청양초 투척하고 참기름 촤르르 뿌린 쌈장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안주인의 번거로움을 덜어드릴 수 있으니 참 잘했다 싶어 스스로 대견했다.그러나!! 안주인께서는 언제 그렇게 준비를 하셨는지 우리가 가져간 것에 두배에 달하는 먹을 것을 탑처럼 쌓아서 들고 나오시며 순수 만발한 웃음을 지으셨다. 이번엔 우리가 백기를 들었다.
( "다음엔 그냥 진 셈 치고 빈손으로 와야겠다ㅋㅋㅋ")
“오~예 " 드디어 파뤼 타임~~!!
괴짜쌤이 틀어놓은 클래식 음악이 마당에 흘러 넘쳤고, 본채 앞에 매달아둔 차임벨이 바람을 타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얼마 안 가 그런 소리는 불판에서 나는 통삼겹 지글거리는 소리 때문에 더는 들리지 않았다.
두툼 두툼 썰어 육즙을 잡으며 구운 삼겹살이 때깔좋게 철판위에서 위엄을 내뿜고 싹둑 싹둑 잘라놓은 돼지 껍데기는 콜라겐이 필요한 여성들을 위해 단장을 하고 있었다.
괴짜쌤의 수학공식처럼 정연하면서도 할머니들 몸빼바지처럼 요란 찬란한 고기 굽기 풀버전에
만끽하며 침을 꼴깍꼴깍 삼키다가 우리는 젓가락을 들었다. 처음엔 그렇게 수줍은 젓가락질로 시작했다.
"하~ 이런."
왜 그렇게 고기가 꿀떡꿀떡 넘어가는지 젓가락이 저 혼자 춤춘다. 주책이다. 주책.
그림천재 언니네가 당도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쳐. 먹. 고 있으면 안 되지 싶으면서도 입속에서는 터져 나오는 육즙을 목구멍으로 넘기기에 바쁘다.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신나게 먹고 있을 때, 드디어 언니네 부부가 먹을 것을 싸들고 당도하셨다.
“꺄~악~~~!! 찐 파뤼 타임~~~”
"달려~~~~!!^^"
괴짜쌤 부부, 천재쌤부부, 우리부부는 모든 경계를 허물고 세상과 합일했다.
피아 구분 없이 그냥 맛나게 먹고 있는 행위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멋있고도 고차원적인 상태이다.
삼겹살로 득도할 판이다. 배가 터지도록 먹은 삼겹살.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었던 철판 위의 돼지고기 김치볶음밥. 거기에 또 쏟아부은 냉면에 육수까지. 그 모든 게 우리 뱃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곳간을 두둑이 채운 우리는 난로를 쪼이며 마당 텐트에 앉아 노닥거리고 있으려니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쌀가루를 빻은 것처럼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하얀 눈송이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