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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내가 책을 어떻게 써?

이랬던 제가 책을 한 권 냈습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언. 감. 생. 심이었다. 내가 책을 낼 수 없는 이유는 백만 스물두 가지 정도였고 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요인은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 주제에 무슨 책을 내? " "그래! 내가 책을 냈다고 쳐,  그런데 누가 내 책을 사 보기나 하겠냔 말이야?" 나는 그렇게 내. 주. 제. 를 곱씹으며 나이 들고 있었다.


2020년 12월 3일.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물어가는구나 생각하니

갑갑증이 생겨  평소 존경하는 멘토 서상윤 대표님을 찾아뵜다. 차를 한잔 나누던 중 운명처럼 그분이 말씀하셨다.

"책을 한 권 써보세요."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나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에이, 제가 무슨 책을 써요, 쓸 것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때 그분께서 현묘하신 솔루션을 주셨다.

"잘 쓰려고 하니까 그래요,  책을 낸다고 해서 금방 베스트셀러가 되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되기 위해 한번 써보는 거예요. 좋은 책은 그 다음에 쓴다는 마음으로 써보세요" 그래! 책을 한번 써보는 거다.

나는 그 길로 달려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20년 12월 26일.

23일 만에 25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완성했다. 그다음부터는 글을 다듬는 작업을 반복했다.  1월 10일 탈고 하여 출판사로 넘겼다. 이때는 지금까지 살면서 쌓아온 모든 용기란 용기를 다 끌어모아야 한다. 안 그럼 "에이. 이런 졸필을 어떻게 책으로 내?" 하는 자기 검열에 걸려 출판사에 보낼 메일 발송키를 끝내 누르지 못한다. 50평생 소심했던 나는 난생 처음으로 인정사정 볼것없이 엔터키를 눌렀다.


2021년 3월 15일.

꺅~!!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사로부터 배송받았다. 배송을 기다리며 얼마나 가슴 떨리는 설렘이 있었는지 말해 무엇하랴. 심장이 저 혼자 나대는 통에 아주 식겁했다.



                               


이지영에세이   글밥 짓는 여자  서문


글을 쓴다는 건 대단히 멋진 일이었다.

내속에 살고 있는 뒤죽박죽 한 이야기 들을 깨끗이 닦아 가지런히 정리해 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하고 불면 온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대단한 것은 못되었다. 하지만 결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이야기들. 유년시절의 기억이 그랬고, 잊고 있던 여행지에서의 다정한 안부가 그랬다. 또는 무거운 겨울을 간신히 벗겨낸 새해 첫날 느껴지는 봄 냄새 같은 것들이었으며, 첫아이를 안고 젖을 물릴 때마다 그렇게도 예뻐 보이던 까만 속눈썹이 그랬다.

(중략)

모쪼록 이 책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아야기로 멋진 글밥을 지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을 실어 놓았다.  


대단한 요리 솜씨가 아니어도 따뜻한 밥은 누구나 지을 줄 아는 것처럼 글이라는 것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문장이 된다. 그러니 부디 온 우주를 통틀어 단 하나의 예술품인 당신과 당신의 삶이 활자와 더불어 아름답게 춤추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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