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방학을 맞이하여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여유라고 해 봐야 전업주부가 된 것이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집안 살림을 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겠지요. 지난 번 방학이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겨 놓았던 물건들을 꺼내어 활용가치가 사라진 것들을 찾아냅니다. 주인의 성은으로 다행히 수명이 연장된 물건들은 원래 있던 자기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어둠 속에서 몇 개월을 갇혀 지내다가 다시 나와 간택을 기다려야 하는 수명연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주인도 알고 있습니다. 정리를 하다 보니 결혼기간이 늘어날수록 숨기는 재주 또한 비례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집안 청소를 하느라 며칠 동안 분주하게 지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붓고 나면 늘 그랬듯이 앓아눕게 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숙명론자가 되어 버리지요. “나는 청소를 할 팔자는 아니야.”라거나 “지저분한 것은 내 운명”이라고 스스로 판단해 버리는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새해가 되어 나름 1년 치의 계획을 적어 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나이가 들면 조금씩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들 하지만 아직은 마음속에 욕심이 가득한 가 봅니다. 적은 후에 다시 살펴보니 아차, 건강과 관련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게으른 사람들이 으레 하는 우스갯소리처럼 ‘숨쉬기 운동’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 나이쯤 되면 늦게 결혼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대개는 자식을 ‘성인’그룹에 진입시키고 시간적 여유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여유는 곧 ‘건강’을 위한 생활로 이어지지요. 새벽 운동을 나가거나 주말이면 등산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동적인 활동들로 말입니다. 하긴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고 하는데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따로 생각 따로,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여전히 분리된 생활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배짱이냐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운동에 관해서도 청소와 마찬가지로 숙명론자인 저는 할 말이 많습니다. 바로 이런 논리를 들어 그들을 반박합니다.
첫째,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둘째,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행복 호르몬은 만병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셋째, 인생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성격 탓에 동시에 여러 가지를 계획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 능력의 범위 안에서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야 말겠다는 ‘정중동(靜中動)’의 꿈만큼은 실컷 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