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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13. 2020

글이 잘 안 써지는 이유를 찾았다.

어제 아침 2시간 동안 벙찐 상태로, 글을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어제 뿐만 아니라, 최근 며칠간 글을 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여태까지 잘 되던 글쓰기가 왜 갑자기 힘든 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왠지 명상이라면 또 나에게 어떤 해답을 내려줄 것 같았다. 40분 동안 명상을 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했다. 내 마음을 유심히 살펴보니, 왜 내가 그동안 글쓰기가 힘들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교 때문에 글을 쓰기가 힘들었다. 최근에 1급 정교사 연수를 들으면서, 너무 대단하고 멋진 강사분들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 전국구에서 알아주는 선생님들이었다. 수업, 학급경영, 학부모 상담, 교육과정, 언택트 교육 등 각 분야에서 방귀 좀 뀐다고 하는 분들이었다. 이 분들 중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 인기 유튜버, 전국 단위 연구대회 수상자들도 있었다. 이 분들의 강의가 나에게 좋은 자극을 준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교육방법이 맞는 걸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혹시 내가 틀린 건 아닐까? 이분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새발의 피구나...'


너무나 화려하고 대단한 이 분들을 보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하잘것없다고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얼른 내가 그동안 계획했던 것들을 실행해서, 이 분들의 위치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워낙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현실을 회피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내 눈 앞에 너무나 많이 쌓여 있었다. 당장 2주 뒤에 결혼식 준비(축가, 결혼식 영상)도 해야 하고, 작곡 공모전도 나가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1정 온라인 연수도 들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피아노 연습도 해야 하고... 어느 순간부터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결과에 집착하는, 뭔가 빨리 이루기 위해서 조바심 내고 있는 나 자신을 관찰할 수 있었다. 조바심은 나지만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불안한, 그리고 그 불안함을 낮잠이나 휴대폰이라는 현실도피를 통해 해소하려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즐거웠던 일련의 과정들이 더 이상 재미가 없었다. 그동안 해왔던 글쓰기, 운동, 작곡, 독서 등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 못하고 단순히 해야 할 것들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는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과정을 단순히 결과의 수단이나 노예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명상을 하면서 나에게 올라오는 이런 생각들과 느낌들을 모두 인정하기로 했다.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나의 몸의 감각과 느낌에 더욱더 집중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이것이 정말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가? 타인보다 우월하거나 나아지는 것, 유명해지는 것,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우위에 서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 이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속에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의 도움을 받고 감사해하던 옛 제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조교 시절 '자살충동이 들었지만 조교님 덕분에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던 훈련병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도와줬던, 현재 도움을 주고 있는, 도움을 주어야 할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동안 내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내 마음속에서 질투, 조바심, 두려움 등의 감정들이 서서히 증발되어감이 느껴졌다. 대신 그 빈자리는 사랑과 따뜻함, 기쁨 등으로 채워졌다. 그러자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들처럼 되기 위해, 그들을 쫒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나는 나로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길이 있듯이, 나도 나만의 길이 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길을 찾고 걷는 과정을 즐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40분 간의 명상 끝에 다시 내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다.





#두려움 #조바심 #평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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