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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Sep 15. 2020

짜증 난 남편, 멘붕 온 아내

"자기야~ 나 아울렛에 잠시 주차 연습하러 갈게~"


"혼자 괜찮겠어? 혹시 어디 박는 거 아니야? ㅋㅋㅋ"


"(나를 째려보며) 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 나 주차 잘하거든? 날 뭘로 보고..."


"그럼 지금 나가면 언제 집에 돌아올 거야?"


"아울렛이 집이랑 가까우니깐 40분 정도 뒤에는 집에 돌아올 거야."


"40분? 내가 보기엔 더 걸릴 것 같은데... ㅋㅋㅋ"


나의 놀림에 아내는 흥칫뿡 하면서 주차 연습을 하러 갔다. 나간 지 30분도 안 되어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아내와의 카톡대화

'역시는 역시군! ㅋㅋㅋㅋㅋ'


아까 의기양양하게 나가던 아내를 막 놀렸다. 엥? 근데 놀린 뒤로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카톡에 답장이 오지 않았다. 원래 돌아오기로 했던 40분은 이미 훌쩍 지났고, 나간 지 2시간이 넘었다.(참고로 아울렛과 우리 집은 5분 거리...) 전화를 해봐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혹시 삐졌나? 아니면 무슨 일이 생겼나?'

 

혹시나 차사고라도 났을까 봐 걱정된다. 전화를 계속해도 받지를 않는다. 그때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


"자기야, 나 큰일 났어! 어떡해?"


아내의 전화를 받자마자 심장이 덜컥한다. 혹시나 벤츠 같은 비싼 외제차를 긁어먹지는 않았을까, 오다가 접촉사고라도 나지 않았을까 두려웠다.


"자기야, 나 지금 지하주차장인데 차 주차할 곳이 없어...."


"엥? 주차할 데가 없다고? 차 사고 난 거는 아니지? (마음속으로 안도ㅎㅎ)"


지하로 내려가니, 비상등을 켜고 멘붕인 상태로 앉아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아내의 말과는 달리 주차 공간이 많다.


"엥? 주차공간 많은데? 주차자리 없다며?"


"아니... 내가 넣을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말이었어... 너무 좁아서 못 넣겠어..."


그 와중에도 난 아내를 놀렸다.

"ㅋㅋㅋㅋㅋㅋ 너 주차 잘한다며? 40분 만에 돌아온다며? ㅋㅋㅋ 이게 뭐야? ㅋㅋㅋㅋ"


아내에게 저번에 설명했던 후면주차 방법을 다시 설명해줬다. 분명 저번에도 설명을 해줬는데, 아내는 처음 듣는 듯한 반응이다. 몇 번을 설명해주고 시연을 해도 반대로 알아먹는다. 답답해 미치겠다.


"아니, 그게 아니라... 핸들을 반대로 돌려야지! 아니아니!! 야!!! 그렇게 하면 기둥에 박잖아! 그만! 그만!! 스톱!!!"


아까 여유만만, 장난기 넘치던 모습은 사라지고 갑자기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화가 올라왔다. 벌써 똑같은 내용만 40분째 하고 있다.


"아니, 몇 번을 똑같은 자리에서 왔다갔다 하는 거야! 자 봐봐! 앞으로 갈 때랑, 뒤로 갈 때 핸들 방향이 같으면 다시 원상복귀잖아? 핸들을 반대로 움직여야지!"


1시간쯤 지나니 이제야 주차가 익숙해지는 아내... 이제야 좀 주차에 대한 감이 온다고 한다. 아까는 너무 답답해서, 짜증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래도 아내가 후면주차를 마스터하니 기분이 좋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자기야, 아까 아울렛 갔을 때 자기처럼 주차 연습하러 온 사람들 있었어?"


"어, 많았어. 대부분 남편이랑 온 것 같더라고. 한 4~5 커플? 밖에서 남편은 화난 표정으로 서 있고, 아내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하고 있고 ㅋㅋ 밖에서 짜증 섞인 얼굴로 담배 피우고 있는 남편도 있더라ㅋㅋ"


짜증 난 남편과 멘붕 온 아내, 왠지 그 풍경이 상상이 된다.



"자기야, 다음 주에는 나랑 같이 아울렛에서 주차 연습할까? ㅋㅋ"


"음... 좀 무서운데? ㅎㅎ 그래, 좋아♥"


    

#아내의주차연습 #주차연습 #아울렛주차연습




+) 아내의 운전실력을 글에 제대로 언급하지 않아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시는 거 같아 덧붙입니다. 

-아내의 운전실력: 웬만한 시내운전, 장거리운전(1~2시간), 밤운전 다 가능합니다만, 주차를 무서워합니다. 주차칸 양 옆에 차가 있는 경우 잘 못 넣고, 꼭 두 세칸 비워져있는 곳에 합니다. 그래서 차가 거의 없다시피한... 몇 천평 규모의 야외주차장에서, 그것도 주차된 차가 없는 구역에서... 주차칸 안에 바르게 넣는 연습을 하러 간 것입니다. 너무 길고 구차해서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민폐, 무개념 소리 들으니...아내를 위해 항변합니다. 완전 초보였다면, 제가 따라갔거나 절대 혼자 내보내지 않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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