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Sep 20. 2020

선생님도 같이하자, 숙제!

우리 반에는 매일 해야 하는 특별한 숙제가 있다. 그 숙제는 바로 데일리 리포트(=폴라리스 : 북극성처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의미에서 Polaris라는 별칭을 쓰기도 함) 쓰기이다. '데일리 리포트'는 자신이 하루 동안 한 일을 적은 기록을 말한다. 내가 우리 반 학생들에게 매일 데일리 리포트를 쓰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이 스스로 메타인지력을 높일 수 있다. 메타인지력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못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나의 인지과정을 인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요즘 코로나 시대에서 요구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데일리 리포트를 통해 자신이 한 일을 적고 각각의 일에 대한 집중도를 점수를 매기며 평가한다. 그리고 잘한 부분(=점수가 높은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칭찬하고, 못한 부분(=점수가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할 방법을 찾는 반성 활동을 거친다. 다음 날에는 전날 찾은 부족한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그대로 적용시킨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하루하루 성장한다.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능력과 메타인지력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선생님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언을 제공하는 데에 유용하다. 데일리 리포트를 통해, 선생님은 학생들이 평소 무슨 활동을 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생활 습관은 바로 잡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메타인지력이 낮은 학생들은 혼자서 반성의 과정을 거치기 힘들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들의 기록을 보고 상황과 맥락에 맞는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데일리 리포트는 학부모님과의 소통에도 유용하다. 학생들이 평소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님에게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조언을 주고 아이의 생활 패턴을 개선하는데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선생님이 그만큼 아이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믿음과 신뢰감을 학부모님에게 줄 수도 있다.




최근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인하여 주 1회 학교 등교로 바뀌는 바람에,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검사하던 데일리 리포트를 매일 온라인에서 검사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등교를 안 하니, 개개인에 맞는 상세한 피드백을 주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급 밴드의 '미션 기능'을 활용해서 매일 폴라리스를 쓰기로 했다. 

밴드의 미션 기능을 활용한 데일리 리포트(=폴라리스)쓰기
첫날 인증한 폴라리스(도발적인 소감내용이 담겨 있다 ㅎㅎ)

기존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선생님인 나도 데일리 리포트(=폴라리스)를 써서 인증을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의 롤모델이 되고자 했다. 아이들은 생존 시스템 발동에 의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같은 주변의 어른들을 모방한다. 선생님인 내가 솔선수범해서 과제를 적극적으로 인증한다면, 아이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터였다.


둘째, 나 스스로의 발전을 꾀하고자 했다. 사실 아이들과 데일리 리포트를 같이 쓰기 전에는 한 번씩 기록을 거르는 일이 있었다. 반면, 내 데일리 리포트를 학급 밴드에 올리면서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1+1=2가 아닌 1+1=무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나는 학생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학생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며 동기부여를 받았다. 또한 학부모님들도 성장하는 선생님과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좀 더 선생님과의 소통에 협조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하셨다. 


아이들의 폴라리스


오프라인과 다른 온라인의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개별 피드백을 전보다 빠르면서, 상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학생들 과제의 피드백을 전부 볼펜으로 써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손도 엄청 아픔.. ㅠㅠ) 그리고 학생들이 하교하기 전에 과제 공책을 나눠줘야 했기에, 검사를 하는 시간이 적어, 상세한 피드백이 힘들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었다. 먼저 학생들의 하교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남을 때, 언제든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아이들의 과제를 점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더 이상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으니, 아이들 개개인에 맞는 상세한 피드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앞의 두 가지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키보드의 사용으로 전보다 과제 검사 시간이 확연하게 줄었다는 것이다.(물론 손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음^^)


아이들의 데일리 리포트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




현재 아이들이 데일리 리포트를 쓰기 시작한 지는 약 6개월이 되었고, 온라인으로 쓰기 시작한 지는 12일 차에 접어들었다. 앞으로도 온라인으로 인증을 하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앞으로 아이들과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PS 데일리 리포트 작성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정말 유용합니다~^^

https://brunch.co.kr/@lk4471/33

https://brunch.co.kr/@lk4471/34


#데일리 리포트 #시너지효과 #교사학생성장


매거진의 이전글 2개월 만에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