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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Sep 21. 2020

학부모 상담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이유

학부모 상담... 예전부터 나에게 학부모 상담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어리다고 내 말을 무시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사실대로 말하면 당신 자녀들은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화내시면 어떻게 하지? 학부모 상담이 마음에 안 든다고 민원을 넣으시면 어떻게 하지? 학부모 상담으로 진정 내가 아이들과 학부모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걸까?'


상담 주간이 다가오면, 온갖 두려움과 걱정들이 내 마음에서 일어났다. 물론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학부모 상담을 했다. 학부모 상담은 현재 아이들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려주고 부모님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한순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려면 교사 혼자의 힘으로는 힘들다.(어떤 연구에서는 선생님이 아이에게 평생 미칠 수 있는 영향은 10~15%, 부모님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려 70% 정도나 된다고 한다.) 반드시 아이 부모님과의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난 좀 더 효과적이고 신뢰성 있는 학부모 상담을 위해 많은 고민들을 했고 결국 나만의 해결방법을 찾았다. 이제는 더 이상 학부모 상담이 두렵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상담 전, 학부모 설문조사하기


사전 설문조사 양식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내가 따로 설문지를 만들어, 학부모님들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기존에 학교에서 나눠주는 상담 신청 양식들로는 학부모님들이 상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을 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학부모님들마다 상담받고자 하는 내용들이 다르다. 어떤 학부모님은 아이의 교우 관계에 대해 상담받기를 원하시지만, 또 어떤 학부모님은 주로 학업이나 진로에 대해 상담받기를 원하신다. 학업, 진로, 교우 관계, 생활 습관 등 전반적인 아이의 상태에 대해 상담받기를 원하는 학부모님들도 있다.


이렇게 설문지를 통해 학부모님이 상담에서 원하는 바가 파악이 되면, 교사는 상담 전 미리 그 내용을 준비할 수 있고, 학부모님에게는 뭔가 준비된 상담이라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




2. 데일리 리포트를 통해 아이 상태 파악하기


아이들의 데일리 리포트

코로나 19 사태로 아이들과 직접 대면할 일이 많이 줄어, 아이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물론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아이의 교우관계, 평소 고민, 생활 습관 등을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 반은 매일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하고 매번 내가 피드백을 주고 있기에 이런 걱정이 없다. 오히려 데일리 리포트 덕분에 코로나 이전보다 학생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데일리 리포트에는 평소에 생활 습관은 어떠한 지, 하루 공부량은 얼마나 되는지, 누구랑 친한 지, 요즘 얼마나 생활이 만족스러운 지 등 아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온갖 정보들이 있다.


이를 토대로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 정말 깜짝 놀라신다. 아이가 어떤 학원을 다니고 있고, 몇 시에 자고 일어나고, 심지어는 어제 폰을 몇 시간 사용했는지도 알고 있으니 깜짝 놀라실만하다. 심지어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학부모님보다 내가 훨씬 더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선생님이 이렇게 우리 아이에게 관심이 많다니!' 하면서 감동을 받으셨다. 당연히 상담 분위기는 한층 더 화기애애 해지고, 학부모님들은 이전보다 좀 더 협조적이시게 된다.


난 주로 데일리 리포트를 근거로 아이의 생활습관(수면습관, 식습관, 공부습관)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드린다. 코로나 19 이후로 아이들의 생활패턴이 많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내가 일일이 아이들에게 일찍 일어나도록 모닝콜을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히 이번엔 수면 습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협조를 부탁드렸다.



3. 독서를 통한 전문지식 레벨업!


사실 이전에 상담을 할 때는 뇌피셜(내 학창 시절, 평소 내 생각들)에 기반한 조언들이 대부분을 이뤘다. '이렇게 조언을 해도 되나.'라고 고민이 들 때가 많았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자 지난 1년 동안 꽤 많은 양의 독서를 했고, 웬만한 학부모님의 질문에는 뇌피셜이 아닌, 믿을 만한 지식들을 기반으로 해서 조언을 해드릴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들이 펼쳐지곤 한다.


"어머니, 요즘에 성찬(가명)이가 너무 늦게 일어나던데, 되도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지도 부탁드립니다. 웬만하면 학교 갈 때랑 똑같은 시간에 깨워주세요~"


"아... 그게.... 요새 성찬이가 키가 많이 안 커서 제가 되도록이면 많이 잠을 자게 하려고 해요. 다들 키 크려면 하루에 10~11시간 정도는 자야 된다고 해서..."


"(웃음) 어머니~ 잠을 많이 잔다고 해서 성장 호르몬이 많이 분비가 되지는 않아요. 제가 얼마 전에 '숙면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대부분의 성장 호르몬은 잠을 든 직후, 1시간 반 동안의 비렘수면 상태에서 분비가 된다고 해요.. 그때가 성장의 골든타임인 셈이죠. 따라서 수면 시간을 늘리기보다, 첫 비렘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신경 쓰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 그리고 청소년은 하루에 8~9시간 정도만 자도 충분하답니다. 그 이상 자는 것은 오히려 몸에 해로워요~"


"헐~~~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선생님~~~ 혹시 그 책 빌릴 수 있을까요? 저도 공부 좀 해야겠어요."


"네~ㅎㅎ 내일 성찬이 편으로 보내겠습니다~^^"




학부모 설문조사, 데일리 리포트, 독서 말고도 나의 비장의 무기가 한 개 더 남아있다. 바로 아이들을 향한 '진심'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학부모님과 언쟁을 벌일 각오를 하고 쓴소리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다 심층적인 상담을 위해서 내 저녁 시간을 통째로 내주기도 한다.

 

진심은 언젠가 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심만으로는 힘들다. 그 진심이 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난 부족한 내 실력을 채우기 위해서 열심히 글쓰기, 독서를 한다.



#학부모상담 #데일리리포트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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