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학부모 상담기간이다. 이번에는 따로 안내장을 보내지 않고, 네이버폼 설문조사를 통해 학부모 상담 신청을 받았다. 총 14분 정도 상담 신청을 하셨다. 그중에는 지운이 어머니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설문조사
'지운이가 많이 밝아져서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대목을 보고 무언가 뿌듯함과 보람의 감정이 밀려들었다.
지운 어머니가 요청하신 상담 시간이 다가왔다.
눈 앞에 최근에 지운이가 학급 밴드에 올린 데일리 리포트 내용들을 펼쳐놓고, 상담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뒤 지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운이기 밴드에 올린 데일리 리포트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통화연결음)"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전화통화로 뵙네요 ㅎㅎ"
"그러네요~ ㅎㅎ 지운이 요새 집에서 어떤가요?"
"저번에 선생님이랑 상담한 이후로 정말 많이 나아졌어요. 진짜! 요새는 저랑 싸우거나 부딪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예전에는 학교나 학원을 갔다 오면 자기 방에 들어가서 저랑 대화를 거의 안 했었는데, 요새는 거실에 나와서 같이 티비도 보고 저녁에는 산책도 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예전에는 유튜브를 보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시간 낭비를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끊고 독서나 칼림바 같은 자신의 취미에 시간을 쓰는 편이에요."
"와... 전 사실 지운이가 당연히 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빨리 좋아질 줄은 생각 못했네요. 그때 상담 이후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신건가요?"
"상담 이후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지운이의 방 구조를 아예 바꿨어요. 책상 위에 노트북, 컴퓨터, 패드 등을 다 치우고,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침대, 책상 위치도 다 옮겼어요.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줄이게 했어요. 방문 닫고 방 안에만 있지 않도록, 저녁 시간에는 웬만하면 가족들이랑 tv도 보고 산책도 하고~ 딸이랑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깐, 그동안의 오해들이 조금씩 풀리더라고요~ 아, 그리고 언니랑 사이가 엄청 많이 좋아졌어요. 그때 상담 뒤에, 지운이의 상태를 언니에게 말해줬더니, 언니가 지운이를 엄청 챙기더라고요. 혹시나 동생 잘못될까 봐... 사실 지운이 언니도 예전에 지운이처럼 힘들었었는데, 그때가 생각났나 봐요. 예전엔 맨날 서로 싸우고, 말도 안 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자매간에 사이가 엄청 좋아졌어요."
"와... 정말 스펙타클한 변화네요..."
"이게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선생님이 그때 있는 그대로 말씀 안 해주셨으면 아직도 힘들었을 거 같아요. 첫째 아이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되게 오래갔는데, 둘째(지운이)의 경우에는 정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지나간 거 같아요. 요새 너무 좋아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저는 조언만 드렸을 뿐인데요 뭘~ 구체적인 실천은 어머니가 다 하셨잖아요~ㅎㅎ 이렇게까지 빠른 변화라니... 그동안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을지 가늠이 안 되네요."
그밖에 지운이 어머니와 다양한 얘기들을 나눴다. 지운이의 교우관계부터 학업, 진로, 공부습관, 생활습관까지. 내가 드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의 아낌없는 조언을 해드렸다. 어머님께서 내가 드리는 조언들을 잘 실천하실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신바람이 나서 얘기를 했다.
시계를 보니, 예정되어 있던 상담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너무 즐거웠나 보다. ㅎㅎ
마지막으로 지운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요새 다들 코로나로 힘들지만, 저에게는 올 한 해는 너무나 감사한 한 해인 거 같아요.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