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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명만 낳자, 응?"

by 교실남
"딱 한 명만 낳자, 응?"


이 얘기를 하는 주체는 아내도 나도 아닌 바로 우리 엄마다. 6개월 전부터, 매 번 집에 놀러 오실 때마다, 가족행사가 있을 때마다 아기 얘기를 꺼내시는 우리 엄마... 내 학창 시절에 성교육을 해주신 적이 없는,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성에 대한 얘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는 우리 엄마는 내가 결혼을 하고 난 뒤부터(정확히 말하면 혼인신고를 하자마자, 결혼은 1달 반 전에 했음) 이렇게 성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신다. 그동안 남긴 여러 어록들이 있다.


"낙태 이런 거 하면 절대 안 된다! 애 생기면 절대 지우면 안 된다!"


"너네, 피임 같은 거 하지 마라!"


"콘돔도 끼지 마라!"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이런 얘기까지 하셨다.

"아자아자! 화이팅! 조금만 더 힘 내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명만 낳아보자!"


이에 대한 아내와 나의 반응,

"..."




사실 아내와 나는 향후 2년 이내에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 이미 결혼하기 전부터, 2년 정도는 신혼생활을 즐기기로 계획을 짠 상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들은 현재가 너무 행복하다. 둘이서 알콩달콩 자기계발도 하고, 산책도 하고, 여행도 하고, 요리도 하는 지금의 여유 있는 삶이 너무 좋다. 당장은 이 행복을 더 누리고 싶다.


근데 엄마는 애를 낳으면 더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계속 설득을 한다. 너네가 상상도 못 할 어마무시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 있을 거라고.


당연히 아이를 낳으면 지금과 다른 종류의 엄마, 아빠로서 가지는 그런 행복이 있겠지만, 그 행복을 지금 당장 찾고 싶지 않다고 설명을 해도, 그리고 아예 아이를 안 낳을 것도 아니고 2년 뒤에쯤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를 해도, 엄마는 막무가내이다. 급기야 노산 얘기까지 나왔다.


"지금 너네 나이가 몇 살인데... 나이가 벌써 30이다. 나중엔 낳고 싶어도 애 못 낳아. 지금 낳을 수 있을 때, 하루라도 젊을 때 낳는 게 낫지!"


'하....'


옆에 아내의 눈치를 살짝 봤다. 나도 짜증나는데, 아내는 오죽할까.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나의 전매특허 '엄마의 말에 토 달고 대들기'를 시전했다.


"엄마, 우리 인생은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이미 동생한테서 손자도 한 명 보셨잖아요. 왜 이리 집착하세요? 그리고 예전 30대랑 요즘 30대가 같아요? 30살 중반, 후반에 결혼해서 애 낳는 사람도 많은데... 아직 우리는 아기를 낳을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당장 하고 싶은 것들도 엄청 많고... 엄마는 애를 낳으면 엄청난 행복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 주변에 아기를 가진 제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도 않아요. 쨌든, 더이상 이 얘기는 안 꺼내셨으면 좋겠어요."


아빠도 아내와 내 표정을 살피고 엄마에게 눈치를 줬다.


"아니~~ 강요가 아니라, 그냥 한 번 얘기해보는 거지~~ (아내에게) 00아~ 강요 아니다~^^"


강요가 아니긴 무슨... 거의 반강제구먼...


잊을 만하면 꺼내는 아기 얘기... 엄마 우리 알아서 할테니깐, 이제 그만... ㅠㅠ



#아기 #신혼부부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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