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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28. 2020

어떠한 감정으로부터도 도망갈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은 고민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다. 술, 담배, 쇼핑, 과식, 게임 등 그 증상들은 다양하다. 나의 경우는 그 증상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발현된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혹시나 실패하지는 않을까?'


'누군가 나를 욕하지는 않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온갖 뉴스, 메일, SNS, 검색순위 등 안 보는 게 없다. 이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조금이라도 더 스마트폰 세계 속에 더 머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하면 할수록 그 불안감은 증폭된다. 거기다 죄책감까지 더해진다.


'아... 나는 왜 그럴까?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


'네가 그러면 그렇지.'


그럼 나는 방금 생긴 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또 스마트폰을 본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 순간 나는 알아챈다. 지금 나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불안감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피하고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을.  


이 이상 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2년 전, 나는 현실도피를 하고자 술과 게임 중독 폐인으로 살아간 경험이 있다. 지금 이 감정들을 피하면 피할수록 막다른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어떠한 감정으로부터도 도망갈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이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계속 피하기만 한다면 이 감정은 지구 끝까지라도 우리를 따라올 것이다. 그래서 난 온전히 지금의 감정을 포용하기로 했다. 내 마음이 지금 불안하니깐 스마트폰을 보는 거라고. 아, 내가 이렇게 불안해하고 있구나. 이 불안감이 스마트폰으로 지금 나타나고 있구나. 용기 있게 인정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하게도 스마트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대신 긍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른다.


'기왕에 지금 내가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라면, 즐겁게 해 보자. 실패해도 괜찮다. 못 해도 괜찮다. 욕 좀 먹어도 괜찮다.'


그러자 내가 해야 하는 일들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현명하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무언가에 중독되었다 싶을 정도로 깊이 빠졌다 싶을 때는 마음속에서 이 순간 현실에서 뭔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잊고 있으니 찾아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용감하게 들여다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잊지 말자.


우리는 어떠한 감정으로부터도 도망갈 수 없다.



#감정 #현실도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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