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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Sep 05. 2020

"네 주제에 뭘 할 수 있겠어?"

도전하면 하지 말라고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처

"네 주제에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애쓰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살아."


"그런 것들은 진짜 잘나고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거야. 너는 안 돼."


2018년 지독한 슬럼프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칠 때마다,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들이다. 이들의 열렬한 응원과 주문(?) 덕분이었을까? 나는 실패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고자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번번이 좌절감을 맛보았고, 결국에는 무기력감에 빠지고 말았다. 내가 무기력감에 빠져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제서야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서 이런 류의 얘기들을 하곤 했다.


"거 봐. 내 말 맞지? 너의 한계는 딱 여기까지야.
지금의 네 모습이 너에게 제일 어울려."




2019년, 더이상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나를 위하는 척 다가와서 나의 자존감을 계속 갉아먹는 이들과 더이상 관계를 맺기가 싫었다. 매일 같이 '술 먹자, 게임하자, 놀러 가자.'는 이들의 제안을 뿌리치는 대신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처음으로 열정을 쏟은 분야는 학생지도였다. 꼭 과학탐구 도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어,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매일 밤 9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아이들과 같이 공부했다. 무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나의 의지를 꺾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0선생. 학생들을 밤까지 남기면서 지도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내가 학부모였으면, 정말 짜증 났을 거 같아. 엄마들이 엄청 싫어하지 않니? 그리고 교장, 교감선생님한테는 허락은 받고 그렇게 지도하는 거야?"


"학부모님들한테 허락받았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오히려 좋아하시던데요? 그리고 교장, 교감선생님께도 다 허락받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 (잠깐 침묵) 그래도 만약 내가 학부모였으면 정말 싫었을 거 같다. 그 대회가 뭐라고... 어휴... 상 타려고 그렇게까지 애들을 힘들게 할 필요가 있나? 그리고 어차피 상 못 타. 그냥 웬만하면 하지 마."


그 선배교사는 주말도 없이, 늦게까지 학생지도를 하는 후배교사를 칭찬은 못 해 줄 망정, 오히려 하지 말라고 훈계했다. 그리고 마치 내가 승진 점수를 따려고 애들을 억지로 대회에 참가시키는 것처럼 말해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이들의 방해공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0선생님이 운영하는 하모니카 동아리 절대로 지원해주면 안 됩니다. 제가 작년에 봤는데, 수업 한 2번 정도 했나? 수업도 제대로 안 하는데 지원해 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모니카는 소수의 아이들만 혜택을 받지 않습니까? 이건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차라리 소수의 애들한테 하모니카 사주는 데 돈 쓸 바에는 전교생한테 공책 한 권씩 사주는 게 낫습니다."


부장회의 때 나온 얘기라고 한다. 그 부장 선생님의 말 한마디로 졸지에 난 학교 예산만 축내는 책임감 없는 선생님이 되고 말았다. 1년 전부터 난 하모니카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무려 70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매일 아침시간에 가르쳤다. 수업을 2번 밖에 안 했다고? 최소 50번은 했다. 본인이 관심이 없었던 거겠지... 소수의 아이들만 혜택을 받는다고? 하모니카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누구나 와도 좋다고 했다. 심지어는 하모니카 구입이 힘든 학생에게는 하모니카를 사비로 사주기도 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내가 그렇게나 싫은가?


아이들을 데리고 영상대회에 나간다고 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왜 굳이 사서 고생이냐? 그런 대회는 진짜 재능 있는 사람들만 나가는 거다. 나간다고 뽑아주지 않는다. 학부모들에게 허락은 받았는가? 왜 방송부가 아닌 학생들도 대회에 참여시키는가? 형평성에 어긋난다.' 등등...



이 모든 시련 속에서 난 어떻게 대응을 했을까? 예전 슬럼프 시절의 나였다면, '그래, 나 따위가 뭘 하겠어.' 하면서 쉽게 포기했을 것이다. 자존감이 확 꺾인 채로... 하지만 난 굴복하는 대신, 당당히 직면하는 것을 선택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들은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던지 간에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중간중간 싫은 소리들이 자꾸 들어오기도 했다.


"네가 열심히 하면,
그럼 다른 선생님들은 뭐가 되는 거니?
 적당히 하자."


이런 말들은 그냥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갔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대신에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른 결과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과학탐구대회를 준비하면서는 비록 도대회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가르치는 재미를 느끼고 지도학생들과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하모니카 동아리를 통해서, 70명 이상이나 되는 학생들이 악기 하나를 다룰 수 있게끔 만들었다. "선생님, 하모니카 동아리 너무 재미있어요.", "선생님, 저희 아이가 하모니카를 정말 좋아해요. 시간 내서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르치는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방송부원들과 함께 나간 영상대회에서는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매너리즘에 빠져 무기력했던 방송부원 아이들이 노력해서 원하는 결실을 얻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일 시키는 것만 하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시작했고, 방송부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일련의 과정 동안 난 슬럼프 기간 동안 한 없이 낮아진 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아... 정말 하면 되는구나!
난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몇 번의 성취를 맛 본 뒤에는 더이상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몇 번의 실제 성과를 내고 난 다음부터는 주변에서 '쓸데없는 일 하지 말라'며 나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이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들도 많이 달라졌다.


"야, 대회 나가면 다 상 타는 줄 아냐. 네가 상 탈 일은 없으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자."라고 말했던 한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짜 대단하다... 진짜 네 말대로 됐네... 나도 너처럼 이번에 새로운 거 하나 도전해보려고."


실력이 점점 쌓이자 나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컴퓨터(영상편집, 온라인수업, 기기)나 음악에 관해서 모르는 것들이 생기면, 학교 선생님들은 이제 나를 찾는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학교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려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내 마음의 소리를 좇아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한 결과 내 학교생활, 그리고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




한 가지 웃긴 점은 나는 나에게 돌을 던진 사람들이 나에게 상처 주었던 말들을 세세하게 기억을 하고 있지만, 정작 돌을 던진 당사자들은 본인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난 "넌 재능이 없어서 안 돼."라고 말했던 선생님에게 최근에 '역시 타고난 애는 다르다니깐! 뭘 해도 잘하네."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까지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이냐면 '생각보다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무심코 던진 말을 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정작 상대방은 아무 생각이 없을 확률이 높다. 그냥 상대방은 현재의 내 상태에 대한 그들의 판단과 그들만의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투영해서 말로 드러낸 것일 뿐이다. 그러니, 이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말자. 정말로 나를 생각한 진심 어린 조언이 아니라, 무심코 던진 말이라면 내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자.


정말로 타인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타인이 뭐라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라면 과감하게 밀어붙여보자. 언젠가 그들의 태도가 바뀌는 것을 목격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자존감 #도전 #포기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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