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를 3년 만에 완주하다.

by 교실남

요즘 매일 3km 달리기를 하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났다. 평일에는 퇴근 후에 바로 달리기를 한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혹시나 마음이 딴 곳으로 새지 않게 체육복으로 바로 갈아입고 동네 공원으로 나간다.


어제저녁은 유독 배가 고팠다. 학교에서 너무 열심히 일을 한 탓일까? 배가 미친 듯이 고팠다. 30분만 참으면 저녁을 먹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시리얼을 아몬드 우유에 말아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 배가 좀 차오르니 살겠다...ㅎㅎ '자, 이제 운동해야지!'하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동시에 나에게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만 좀 쉴까? 뭐 먹고 나서 바로 움직이면 몸에 안 좋잖아? 오늘 좀 피곤한데, 그냥 좀 쉬자.'


악마의 속삭임과 함께 예전 습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난 퇴근을 하고 오면 거실 바닥에 누워, 20~30분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소파의 쿠션을 집어 들고, 거실 바닥에 편안하게 누웠다. 눈을 감고 잠에 들려는 순간, 내 최고의 자아인 알렉산더가 나를 깨웠다.


'운동해야지! 너 1달 반 전에 살 뺄 거라고 했을 때도 이런 식으로 하다가 실패했잖아. 너 오늘 안 가면, 2주 동안 고생해서 만들어놓은 습관들 다 무너진다? 정신 차려!'


하지만 최고의 자아의 조언에도 내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 30년 동안 형성된 타성이 나를 짓누른다. 마치 견고한 벽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음은 운동을 하고 싶은데, 이게 뜻대로 잘 안 된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만트라가 생각났다.


만트라는 우리의 무의식에서 계속 보내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제거하고, 우리가 진정 원하는 행동을 하게끔 도와준다. 명상의 호흡과 연결 지어서 내 만트라를 되뇌었다. 들숨에 '할 수', 날숨에 '있다.'


'(들숨) 할 수 (날숨) 있다.'


수십 번 만트라를 되뇌니 잡념들이 사라졌다. 바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거부하지 힘들었던 유혹을 방금 이겨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뿌듯함과 함께 텐션이 업된다.


'흠... 기왕 나온 김에 오늘은 새로운 도전 한 번 해볼까? 한 번도 걷지 않고 달리기!'


그동안은 힘들어서 중간에 달리기를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만 숨이 차도 걷고,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 뛰고. 이런 식이었다. 오늘만큼은 3km를 걷지 않고, 온전히 뛰고 싶었다.


보통 내가 뛸 때 사용하는 호흡은 들숨 2번, 날숨 2번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호흡과 만트라를 연결시켜 보기로 했다.


'(들숨) 할 수 (날숨) 있 다.'


호흡이 차올라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할 수 있다.' 만트라를 속으로 되뇌었다.


'(들숨) 할 수 (날숨) 있 다.'


묘하게 박자감이 생기면서 달리기에 탄력이 붙는다. '할 수 있다.' 주문을 욀 때마다 알 수 없는 힘이 계속 생기는 것이 느껴진다.


'(들숨) 할 수 (날숨) 있 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올 때까지 계속 달렸다. 미친놈처럼 계속 달렸다. 사실 3km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별 게 맞다. 군 전역 이후로 3km를 이렇게 온전히 달려본 건 처음이다.


시계를 보니, 16분이 지나있었다. 기존에 운동할 때 걸렸던 25분보다 9분이나 단축했다. 놀라운 결과다.


가파른 호흡과 함께 뭔가 해내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밀려든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 난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동안 나는 운동을 할 때, 온전히 운동에 내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안, 걱정 따위의 잡념에 정신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달리기 만큼은 만트라의 도움을 받아 온전하게 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었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타성에 짓눌려, 내가 해야 할 일, 하고자 하는 일을 못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나만의 만트라를 외워보자.


할. 수. 있. 다.



#달리기 #할수있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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