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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30. 2020

나는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2년 전 이맘때, 난 홀로 자취방 안에서 벌벌 떨면서 이렇게 기도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전지전능하신 누군가 있다면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만약 제가 이 상태를 벗어날 수 있게만 도와주신다면 저는 평생 남을 도우면서 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 감정과 느낌을 잊지 않고, 지금의 저같이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평생 돕겠습니다. 제발 딱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훗날 제가 슬럼프에서 벗어났을 때, 제가 남을 돕지 않거나 전처럼 겸손하지 못하고 제 잘난 맛에 산다면, 다시 슬럼프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절대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당시 나는 정신적으로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호기심으로 방문한 사이비 단체, 급격히 노화된 외모, 직장 내 왕따, 나를 싫어하는 학부모님들과 아이들, 자취방에서 빨간 눈의 귀신 목격, 내가 저주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스님, 무당, 박수무당, 수도사와의 만남 등으로 내 정신은 거의 붕괴 일보 직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윗글에 있습니다.)


매일 밤, 내가 감히 벗어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것이 있다는 공포감과 두려움에 자취방 구석에서 덜덜 떨면서 잠도 못 자고 지냈다.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 게임과 술에 빠져 살았다.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었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자살 생각도 하루에 수십 번을 넘게 했다.(1년 이상을 생각에 빠지게 되면 진짜 이렇게 됩니다...)





오랜 고통의 시간을 극복하고, 나는 결국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얼마 전 사랑하는 아내와 가정을 이루었다.


학급을 개판으로 만들어서, 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신뢰를 잃었던 내가 지금은 엄청난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


내 또래보다 10년은 늙어 보였던 외모가 또래보다 2~3년은 어려 보인다.


게임중독, 술중독이었던 내가 더 이상 게임을 하지도 않고, 술자리에도 가지 않는다.


매 순간 불안감에 덜덜 떨었던 내가 하루 종일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


인생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나에게 꿈과 목표가 생겼다.




가끔씩 내가 너무 행복하다 싶을 때에는 '지금 내가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예전에 간절하게 기도하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내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면 평생을 나와 같이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살아가겠다고, 그리고 그럼 삶을 살지 못한다면 다시 슬럼프 시절로 돌아가도 좋다고 다짐하던 그 순간 말이다.


요즘 행복에 취해, 너무나 해이해진 나에게 오늘도 이렇게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 나는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슬럼프 #행복 #삶의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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