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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Dec 11. 2020

#1 미술을 포기한 선생님의 미술수업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나의 꿈은 미술 선생님이었다. 크레파스로 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당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인정도 많이 받았다. 교내 미술대회나 지역 미술대회에 나가면 항상 상을 타 왔다. 그 당시, 크레파스로는 나를 이길자가 없었다.


그렇다! 나는 크레파스계의 강자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이후, 갑자기 크레파스에서 물감으로 미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 나는 내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간단한 크레파스와 달리 수채화 같은 물감 체제는 너무 복잡했다. 물 농도, 색깔 병합, 음영 등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보통 초3~4학년이 되면 이제 서서히 주변 아이들과 비교를 하기 시작한다. 초3이 되자 주변에 미술학원을 몇 년씩 다닌 친구들의 '헉!'소리 나는 작품들과 형편없는 내 작품을 비교하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쓸데없이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던 나는 그때부터 미술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초, 중, 고, 대를 거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지만, 내 미술 실력은 한때 크레파스계의 강자였던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매번 칠판에 그림을 그릴 때마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처지의 선생님이 되고 말았다.


(수학 시간)

"선생님, 저거 정육면체가 아니라 직육면체인 거 같은데요?"


"선생님, 직선이 계속 곡선처럼 보여요..."


(미술시간)

"와... 선생님, 미술 실력 피카소 뺨치시네요."


"오 그래?"


"네, 도무지 뭘 그리시는 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노무 시키가!"


하지만 내가 미술을 못 하고 두려워한다고 해서 미술수업을 계속 피할 수는 없었다. 미술은 엄연히 교육과정에 있고, 체육 다음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흠... 아이들에게 양질의 재미있는 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그때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바로 미술 선생님에게 도움 요청하기!


그 미술 선생님은 다름 아닌 우리 반 학생이었다. 보통 반에는 미술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들이 적어도 1~2명은 있다. 이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렇게 작년부터 꼬마 미술 선생님 제도를 도입했다.(작년 같은 경우 2번 정도 이렇게 수업을 했음) 이 꼬마 선생님에게 수업 한 번 해보겠냐고 제안했더니, 곧바로 수락하는 것은 물론 피피티와 강의 대본까지 만들어오는 적극성까지!!! 꼬마 미술 선생님은 담임인 나보다 그림 그리는 실력은 물론이고 미술 분야에서 만큼은 나보다 가르치는 능력이 더 뛰어났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 데생 수업이었는데도, 아이들은 미술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친구가 선생님을 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그리고 수업을 하는 꼬마 미술 선생님 또한 친구들을 가르치면서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이후로 이 친구의 꿈은 미술 선생님이 되었다는 ㅎㅎ)


올해 같은 경우,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보다 온라인 수업이 많았던 관계로, 미술 실기 수업을 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대면 수업 때는 예체능 과목들이 주요 과목들에 우선순위가 밀림..ㅜㅜ) 매주 온라인으로 아이들에게 미술 과제를 내주었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미술은 친구들과 같은 공간 안에서 하는 게 제맛이라는 아이들...


"선생님이 미안하다... 좀 재미있게 미술수업을 했어야 했는데... 음... 혹시 하고 싶은 미술수업이나 다른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선생님한테 언제든지 얘기해도 돼! 선생님이 어떻게 해서든 너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업 준비해올게!"


얼마 뒤, 한 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우리 반 미화부장인 시현(가명)이었다.


"선생님, 제가 미술 수업으로 하고 싶은 것들 좀 준비해왔는데요..."


시현이가 준비한 것들을 보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그것은 바로...


두둥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미포자 #미포자선생님 #미술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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