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가명)이는 평소에 학습에 의욕이 없는, 호기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 자주 멍 때리거나 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가끔씩 내가 하는 쉬운 질문에도 대답을 잘 못했다. 특히 수학 과목이 많이 부족했다. 이대로 중학교에 그대로 올려 보내려고 하니,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아진이에게 수학 보충학습을 하자고 제안했다.
"싫어요. 그럼 온라인 학습일에도 학교에 와야 하는 거잖아요? 저 혼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어요! 저녁에 줌터디도 매일 들어가잖아요!"
"지난 1년 동안 너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다고 해서 선생님이 계속 너를 믿었는데, 근데 결과는... 너도 알잖니? 혼자 하기 힘들다는 거...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해보자. 음... 그럼 일단은 오늘만이라도 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해보고 계속할지 네가 판단해봐~"
"(한참 동안 고민) 음... 네, 알겠어요."
그날 아이들이 하교한 뒤, 아진이를 포함 3명의 학생들과 함께 수학 보충학습을 시작했다. 먼저 최근에 배운 내용들로 구성된 문제들을 풀게 하고 푸는 과정을 관찰했다. 결과는 20점, 25점, 50점... 몇몇 개념들이 잘못 잡혀있는 것들이 눈에 보였다.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자, 지금 너는 소수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 소수는 말이야..."
"분수에서 분자와 분모의 의미가 뭐냐면..."
아진이가 놀라며 말했다.
"헐... 선생님, 저 여태까지 개념도 모르고 그냥 풀고 있었어요. 이제 좀 알겠어요. 근데 선생님 이건 어떻게 푸는 거예요?"
평소보다 몰입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심지어 질문까지 하는 적극적인 아진이를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뭐야... 이렇게 열심히 잘할 거면서, 왜 그동안에 수업 시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 안 했어? 선생님이 예전에 배움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라고 했었잖아. 지금 정도만 호기심을 가졌어도, 네가 공부를 훨씬 잘했을 텐데!"
"핑계로 들릴 수도 있는데, 저희 집에서는 엄마랑 언니들이 저를 바보 취급해요. 애초에 공부머리가 안 된다고 돌머리라고... 예전에 모르는 거 물어보면, 그것도 모르냐고, 멍청하다고 하고... 물어봐도 계속 뭐라 하니깐, 아예 배우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저도 제가 돌머리라는 거 아는데,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아요?"
"아진아. 너 돌머리 아니야. 선생님이 봤을 때는 너 공부 센스 좋은데? 네가 그동안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거지, 절대로 네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건 아니야. 엄마랑 언니들이 너를 좀 강하게 키우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나 보다. 선생님이 항상 말했잖아. 모르는 건 죄가 아니라고.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게 죄라고. 앞으로 모르는 건 선생님한테 마음껏 물어봐."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랑 같이 수학하니깐 은근히 재미있는 거 같아요. ㅎㅎ"
"(은근 뿌듯) 그래? ㅎㅎ 근데 아진아, 근데 우리가 졸업식 때까지 3주밖에 안 남았잖아. 일주일에 한 번 보충 수업으로는 좀 부족할 거 같아. 온라인 학습일에도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건 어때? 선생님이 3주 동안 너 수학천재로 만들어줄게. 어때? 콜?"
"콜!"
흔쾌히 수락하는 아진이와 아이들.
그렇게 아진이를 포함한 3명의 아이들은 졸업식때까지 매일, 그것도 자발적으로 학교에 와서 수학 보충학습을 하기로 했다. 오늘도 학교에 와서 2시간 반 동안 공부하다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