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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우리 부부의 워너비

by 교실남

나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엄마에게 단 한 번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아빠 때문이다.


"와~ 네 아들 정말 인물 좋다."

"뭐가 인물이 좋아? 00아빠에 비하면 새발에 피지. 여기 00아빠 봐봐. 얼마나 잘 생겼니? 아들은 아직 아빠 인물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


"아드님 정말 멋지세요."

"뭐가 멋져요? 애기 아빠 인물에 비하면 반도 안 돼요. ㅎㅎ"


혹여나 누군가 장난으로 남편이 좋냐, 아들이 좋냐 물어보면, "자식새끼 키워봤자 다 소용없어. 난 우리 남편이 최고야!"라고 말하는 우리 엄마.



아빠도 만만치 않다.

"우리 마누라가 세상에서 최고다!"

"마누라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어딜 가나 팔불출처럼 엄마가 최고라고 자랑하시는 우리 아빠.



결혼생활 30년이 넘은 지금도 사이가 좋으신 우리 부모님. 그런 부모님도 사실 결혼생활 7~8년 차까지는 많이 싸우셨다고 한다. 특히 아빠가 주식으로 집 한 채를 날리시면서, 몇 번 큰 위기도 겪으셨다고 한다. 나도 기억난다. 7~8살 때 엄마가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고 집을 나서던 장면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하셨다. 대화, 소통, 배려 등 당연하지만 어려운 것들을 부부관계에서 실천하셨고, 갈등을 겪을 때마다 전보다 더 단단한 부부관계를 형성하셨다.(로맨틱한 사랑→동반자적 사랑) 동생과 나는 매번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상하게 우리 부모님은 사이가 더 좋아지시는 것 같다. 아빠는 작년부터 예전에 나가던 친목 모임도 잘 안 나가신다. 친구분들이랑 노는 것보다 집에서 엄마랑 노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하셨다. 요새는 코로나 시국이라 밖에 못 나가고, 퇴근하고 집에서 매일 영화 1~2편을 보신다고 한다.



(몇 주 전 부모님과의 만남)

"얼마 전에 굿 윌 헌팅 봤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어. (웃음)"


"엥? 어떤 장면에서요? 혹시 'It's not your fault.'라 말하는 장면? 그거 유명하잖아요."


"아니, 그 장면 말고. 로빈 윌리엄스가 죽은 아내의 방귀가 그립다고 말하는 장면 있잖아. 네 엄마도 잘 때 한 번씩 방귀를 '뽕뽕' 뀌거든. 아빠는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고 슬프더라."


엄마가 말했다.

"그래서 네 아빠는 서로 그리워하는 일 없게 나중에 같이 죽자고 하네."


"영화 노트북처럼요?"

노트북.PNG 영화 노트북의 마지막 장면


"어. 우리는 서로 없으면 못 살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가 말했다.

"자기야, 어머님, 아버님은 너무 사이가 좋으신 거 같아. 특히 아버님은 너무 다정하신 거 같아."


"응.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맨날 붙어 있고 같이 다니는 게 이해가 안 됐었는데.... 내가 결혼하고 보니 좀 이해가 되기도 해."


"나랑 계속 붙어 다니고 싶어???"


"응.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어."


"히히~ 우리도 어머님, 아버님처럼 그렇게 알콩달콩 살자."


"그래!"



#부모님 #워너비 #부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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