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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an 10. 2021

졸업식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이번 주 금요일, 우리 반 아이들이 졸업을 한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했어도, 난 이 아이들을 이제 학교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이 나질 않았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졸업식이 아닌 종업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주일 전부터 슬퍼서 울고 불고 난리였는데, 지금은 왜 그런 걸까?'

'왜 그럴까? 내가 이 아이들에게 애정이 없는 걸까?'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의 추억이 많이 없어서 그런 걸까?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오히려 줌터디, 쌍방향 수업 등 온라인 수업까지 합하면 올해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잖아.'

'졸업을 하고 나서도, 계속 저녁에 줌터디(줌으로 하는 온라인 자습 스터디)를 하기로 해서 그런 걸까? 어차피 계속 만나니깐.'



우리 반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곧 있으면 졸업이잖아. 근데 이상하게 선생님은 실감이 안 나네... 왜 그런 걸까?"

"음... 저희도 그래요..."

"뭔가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될 거 같은 느낌?"

"맞아요... 작년은 너무 시간이 빨리 갔어요... 선생님이랑 하고 싶은 것들을 제대로 다 못 한 느낌?"

"맞아. 00쌤 하면, 체육인데... 나가서 체육도 못 하고, 수학여행도 못 가고... 학기초에 코로나 잠잠해지면, 스케이트장도 가자고 했었는데..."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는 깨달았다. 그동안 아이들을 떠나보낸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던 것은 '아쉬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너무 아쉬웠다. 수학여행을 못 간 것, 운동장에서 피구를 마음껏 하지 못한 것, 주말에 아이들과 만나서 놀지 못한 것, 영화 촬영을 하지 못한 것, 우리 집에 아이들을 초대하지 못한 것,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하기로 했던 여러 약속들을 못 지킨 것... 물론 코로나라는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통제할 수 없었기에, 더 큰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이들과 해야 할 것이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지켜야 하는 약속들이 많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이 아이들은 나에게 매우 특별하다. 2018년, 28살 갓 제대를 하고 맡은 4학년이 바로 이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난 미숙한 교육으로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1년 동안 아이들을 망쳤다는 아쉬움에, 그것을 만회하고자 아이들이 5학년으로 올라갈 때 나도 같이 따라 올라갔다. 


2019년은 정말 최고의 한 해였다. 첫날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에게 약속했다. 작년에는 선생님이 교실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올해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그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고 앞장서서 너희들이 본받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난 아이들에게 한 약속을 1년 동안 그대로 실천했다. 이전에 선생님을 불신했던 아이들은 바뀐 선생님을 신뢰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성장하는 만큼, 아이들도 그런 나를 보고 따라 성장했다. 


2020년, 이 아이들이 어디까지 성장하는지 궁금했다. 기왕 4학년 때부터 가르친 김에, 졸업까지 마무리 짓고 싶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 동아리(영화, 캠페인, 뮤직 비디오), 노래 동아리, 기타 동아리(공연) 등 학생 활동들을 활성화시키고 싶었다. 되도록 아이들과 많은 추억들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상황이 지금과 같이 돼버렸다.


나의 슬럼프부터 성장기를 함께한 아이들, 내 교직생활의 대부분을 함께한 아이들, 그동안 많은 추억들을 함께한 아이들, 난 이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싫다. 


그렇다. 난 아직 이별할 준비가 안 되었다.


'하... 이제 남은 기간이 5일이라니... 3년을 함께 해왔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곧 있으면 나는 이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 


어쩌지. 이번에는 작년보다 두 배는 눈물을 더 많이 흘릴 것 같다. 




#졸업식 #초등학교 #애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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