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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07. 2021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보여주기식 글쓰기는 이제 그만!

작년 6월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누군가 글쓰기는 자기계발의 끝판왕이라길래 인생에 도움이 된다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도전해 본 글쓰기였다.


당시 난 초등학교 때 쓰던 일기, 독후감, 대학교 시절 리포트 말고는 글을 거의 써본 적이 없었다. 글을 잘 쓴다고 누구한테 칭찬을 받은 적도 없고, 글쓰기를 그 누구보다 꺼려하던 나였기에 두려움부터 앞섰다.


'과연 내 글쓰기 실력으로 한 편의 글이나 완성할 수 있을까?'

'내 부족한 글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웃으면 어떻게 하지?'


생각만큼 글쓰기는 어려웠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게 글로 잘 표현되지 않았다. 내 생각을 표현할 단어가 생각이 안 나 한참을 고민했다. 짧은 글 하나를 완성하는 데 무려 6시간이나 걸렸다.


막상 글을 다 쓰고 나니, 내 안에서 무언가 쾌감이 올라왔다.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 내 생각이 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을 보았을 때의 창작의 기쁨이었다. 그때부터 난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어느 순간부터 난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 걸리든 상관없었다. 조회수가 얼마 나오지 않아도 댓글이 달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냥 글쓰기 자체가 즐거웠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내 생각과 감정들을 글을 통해 표출했다. 과거 슬럼프에 빠져 직장에서 왕따를 당했던 이야기, 사이비 종교 단체에 갔던 이야기, 1년 동안의 폐인 생활 등 누가 보면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남들 다 보는 공간에 보여줘도 되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솔직한 주제로 진실되게 글을 썼다. 글을 쓰면서 마치 나 자신과 대화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글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회수와 구독자 또한 늘었다. 하루 10~15 사이였던 조회수는 많을 때는 몇 천, 몇 만까지 나왔고 몇 명이었던 구독자수는 몇 백이 되었다.


하지만 구독자수와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내 글들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악플 세례로 인해 상처를 받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난 몸을 사리는 소심한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쉽게 비난할 수 없는 무난하고 적당히 감동적인 글. 거기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참교사 이미지까지 얹어서.


나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사람들이 원하는 것만을 보여주는 선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내 글이 다른 이들을 감동시켰을지는 몰라도 정작 나 자신은 감동시키지 못했다. 글을 쓰면 쓸수록 글쓰기가 재미 없어졌고 그와 함께 내 안의 영혼은 죽어갔다.


또한 나를 위해서 시작했던 1일 1편 글쓰기라는 목표는 어느 순간부터 목표만을 위한 목표로 변질되어 있었다. 영혼 없이, 생각의 알맹이 없이 글을 쓰니 하루하루 글을 쓰기가 너무 벅찼다. 이대로라면 글쓰기를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오랜 기간 글쓰기를 쉴 줄 몰랐다. (원래 계획은 딱 일주일만 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시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하나의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글쓰기가 순수한 즐거움이 아닌 하나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나에게 글쓰기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닌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 탓도 컸다. 시간이 지나면서 벽의 높이는 높아져만 갔다.



우연이었을까 글쓰기를 멈추니 다시 슬럼프가 시작되었다. 생활패턴이 망가지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다시 사그라들었다. 끊었던 웹툰을 다시 보고, 알찼던 나의 하루는 무기력한 하루로 바뀌어 갔다.


그새 늘어난 구독자수, 예전 글에서 다짐했던 약속들을 못 지키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등은 다시 글을 쓰려는 나에게 부담감을 주었다.


글쓰기를 쉬고 난 뒤에 그동안 생활 패턴이 망가진, 다시 슬럼프에 빠진 나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런 모습들을 독자분들에게 보여주기가 부끄러웠다. 글을 통해 자신과 했던 그리고 독자분들과 했던 온갖 약속들을 어기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 보였다.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반복되었다.

글을 쓰지 않음 → 자아 성찰의 부족 → 자신과의 약속 어김 → 죄책감, 자책감, 부끄러움, 두려움 → 글쓰기와 더 멀어짐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가정했을 때, 10년 뒤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끔찍했다.


더 이상 이런 나의 모습을 좌시할 수 없었다. 당당하게 용기 있게 내 두려움을 마주 보고 이 악순환의 고리의 연결 부분을 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글쓰기를 통해 나를 마주하기로 했다. 마치 이제 막 슬럼프에서 벗어나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나의 마음을 풀고 용기 있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하며 진실된 글을 썼던 처음처럼 말이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더 이상 악플이나 타인의 평가가 두려워, 내 영혼과 나만의 생각이 담기지 않은 그런 글은 쓰지 않겠다. 현재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나아가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타인을 감동시키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먼저 감동시키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글쓰기를 하나의 수단이 아닌 목적 그리고 온전한 즐거움으로 만들고 싶다.




#초심 #수용하기 #두려움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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