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향에 내려간 김에 아내와 함께 모교를 방문했다. 중1 때 스승의 날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으니, 무려 17년 만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내가 졸업할 때까지만 했어도 모랫바닥이었던 운동장에는 잔디구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옥상에는 태양열 발전기가 있었고, 씨름장 옆에 실내체육관도 새로 지어져 있었다. 지렁이와 진흙으로 가득했던 뒤뜰은 아예 교직원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최근에 도색도 새로 했는지 마치 새 학교 같아 보였다.
반면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것들도 꽤 있었다.
파란 지붕의 씨름장도 그대로였고, 과학실 위치도 예전과 똑같았다. (심지어 붙어있는 스티커도 똑같은 거 같기도 하다.) 조회대에 있는 사자상도 20년 넘게 제자리에서 제 나름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 장소들에는 각각의 추억들이 다 담겨있다. 씨름장 옆에서는 생애 최초로 친구와 주먹다짐을 했고(내가 이겼다!ㅎㅎ), 과학실에서는 화산 폭발 실험으로 시력을 잃을 뻔했다. (전국에서 하도 사건사고들이 터지는 바람에 지금은 마시멜로 화산 분출 실험으로 바뀌었다.) 사자상 위에 올라타 학교 행사 촬영을 하다가 실수로 백몇십만원짜리 카메라를 떨어뜨려 방송부 선생님께 뒤지게 혼났던 기억도 났다.
학교 앞도 많은 것들이 달라져있거나 그대로였다.
학교 가는 길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는 깔끔한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바뀌어있었고, 미진문구 앞 미니문구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에게 많은 추억들이 있는 미진문구, 우리문구는 17년이 넘는 지금도 장사를 하고 있었다. 미진문구에서 포켓몬빵을 사 먹고, 우리문구 앞에서 미니카와 탑블레이드를 들고 "GO 슛!"을 외치던 게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내 추억 속 기억에 비해 학교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는 것이다.
요즘에도 가끔씩 꿈에 나오는 내 모교였다. 내 꿈속에서의 모교는 항상 컸다. 본관 건물, 운동장, 씨름장, 놀이터, 분리수거장, 심지어 계단까지 모든 것들이 컸다. 꿈속에서의 나는 고학년층의 계단 하나하나 오르는 것조차 버거웠다.
갑자기 첫 발령 때가 생각이 났다. 첫 발령 학교를 보면서 '예전 모교보다 훨씬 작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와서 비교를 해보니 내 모교가 훨씬 작다. 거의 학교 크기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순간 얻은 깨달음,
어른과 아이의 시각은 이렇게나 다르구나!
어른 교실남의 눈으로 바라본 모교는 아주 작은 학교지만, 어린이 교실남의 눈으로 바라본 모교는 아주 큰 학교였다. 같은 사람이어도 어른과 아이의 시각차는 이렇게나 크다.
그동안 나름 아이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리며, '이 아이들도 그때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단정 지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험으로 인해, 생각보다 그 시각차는 메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어른 마음대로 '배려해줬다고, 이해해줬다고' 단정 지을 뿐이었다.
'내 어릴 적 모교보다 2배나 더 큰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큰 선생님이 자신을 혼내면 아이들은 어떤 느낌이 들까?'
앞으로 아이들의 입장에서 좀 더 배려하고 이해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모교 방문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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