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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26. 2021

아빠의 꿀피부 비결

몇 년 전 이야기다. 당시 나는 군대 입대 이후 끊임없이 나는 여드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워낙 민감한 피부라 자극이 적은 세안제를 찾고 있었는데, 찾다 찾다 엄마에게까지 물어보게 되었다. 엄마는 또래에 비해서 피부가 매우 좋은 편이시다.


"엄마, 좀 순한 세안제 없어요? 엄마는 주로 어떤 거 써요?"


"나? 그냥 에그 비누로 세안하는데? 화장 안 한 날에는 물 세안하고. 너는 너무 빡빡 자주 씻더라. 웬만하면 얼굴에 손 많이 대지 마. 세안도 많이 하지 말고. 세안제도 안 쓰고 거의 물세수만 하는 너네 아빠 피부 한 번 봐라. 얼마나 피부가 좋냐. 광이 난다. 광이 나. 너네 아빠 보면 자주 안 씻더라고. 내가 보기에는 적게 씻을수록 피부가 좋은 거 같아."


가만히 옆에서 듣고 계시던 아빠도 엄마의 말을 거드셨다.

"맞아. 많이 씻으면 피부에 안 좋아. 그래서 아빠는 딱 하루에 한 번만 세수한다."


"엥? 그럼 하루에 한 번 씻으면 언제 씻는 거예요?"


"아침에 한 번 씻지."


"그럼 저녁에는 안 씻어요?"


"어. 안 씻는데? 몸만 씻고 얼굴은 놔둔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왔어."


순간 엄마의 당황하는 표정이 보였다. 이어지는 엄마의 질문.

"아니, 그럼 여태까지 30년 동안 같이 살면서, 저녁에 씻지도 않고 베개에 누워서 자고, 내 얼굴에다가 비비고 그랬던 거예요? 하..."


그 주 내내, 아빠는 엄마에게 바가지를 긁혔다고 한다.



매번 세수를 할 때마다, 그 순간의 당황한 엄마의 표정과 천진난만한 아빠의 표정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꿀피부의비결 #안씻기 #하루한번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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