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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Feb 01. 2022

#11 아이는 변할 수 있다.

(이전화)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바뀜의 대상이 어른이 아니라 아이라면 어떨까?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도 적고, 아직 가치관도 덜 확립이 되었기 때문에 좀 더 쉽게 바뀌지 않을까? 뇌의 성장이 아직 덜 되었기 때문에 좀 더 뇌가소성의 허용범위가 넓지 않을까? 필자의 5년 간의 교육경험에 의하면 아이는 변할 수 있다. 왕따에서 전교 부회장이 된 아이, 학교 문제아에서 모범생이 된 아이, 삶에 의욕이 없다가 현재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게 된 아이 등 그동안 많은 긍정적 변화들을 목격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보았다. 그만큼 아이는 가변적인 존재다.


그럼 지난 한 달 동안, 초등학교·중학교 두 명의 선생님에게 집중케어를 받은 의찬이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첫 번째, 끈기가 늘었다. 첫날 수업에서 1시간도 버티기 힘들어했던 의찬이는 어느 순간부터 2~3시간 정도는 가뿐하게 책상 앞에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수업이 끝난 뒤에 힘들 텐데도 도서관에 매 번 꾸준히 갔다. 비록 도서관에서는 20~30분 정도밖에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좋은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또한 매 번 미루거나 해오지 않던 숙제도 제때 해왔다. 숙제를 집에서 다 못한 날이면, 학교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주변 친구들의 눈치 보지 않고 수학 문제를 계속 푼다고 했다.


두 번째, 태도가 달라졌다. 한 번은 의찬이에게 초등학교 3~4학년 수학 문제집을 푸는 모습을 보고 혹시 반 친구들이 놀리지는 않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계속 놀려요. 중학생이 왜 이런 쉬운 거 푸냐고."

"넌 괜찮아?"

"네. 별 신경 안 써요. 지금 제가 하는 공부가 저한테 필요한 공부잖아요. 그리고 저번에 선생님이 이 정도 진도 속도면 내년 1학기까지면 웬만한 친구들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고..."

예전 같으면, 금방 포기했을만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 번째, 메타 인지력 자기 효능감이 향상되었다. 메타 인지력은 자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능력,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나 신념을 말한다. 처음에 계획이나 과제를 스스로 정하게 했을 때, 의찬이는 메타인지력이 낮아서 자신의 수준보다 터무니없이 낮거나 높은 수준의 계획이나 과제를 정하곤 했다. 자신의 실력을 모르기에, 과제를 정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타인지력의 향상으로 본인의 수준에 맞는 계획을 단시간에 짤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계획과 꾸준한 실천으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누적되었고, 자기 효능감 또한 향상되었다.


이러한 변화들을 눈치챈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학교의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최근에 드라마틱하게 변한 의찬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매 번 수업시간에 졸던-특히 수학, 영어시간에-아이가 졸지 않고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는 모습에, 매 쉬는 시간마다 열심히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에, 변하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그 반은 매 학기마다 모범학생을 한 명 뽑는데, 2학기의 모범학생은 의찬이가 뽑혔다고 했다. 그날 나에게 와서 모범학생에 뽑혔다고 자랑을 하는 의찬이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최근의 성취로 좀 더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연 것일까? 아니면 최근의 성장으로 생각 또한 깊어진 것일까? 모범학생에 선정된 뒤로 부쩍 나에게 속에 있는 얘기들을 많이 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가는 길에 의찬이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혹시 제가 도움반이었을 때, 친구들은 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음... 네 생각은 어떤데?"

"뭔가 도와줘야 할 친구라고 보지 않았을까요? 돌봐줘야 하고, 배려해줘야 하고..."

"그때 네 기분은 어땠는데?"

"딱히 좋지는 않았어요. 뭔가 동등한 관계가 아닌 느낌이라서..."

"지금은 어떤데?"

"뭔가 동등한 관계인 느낌? 지금이 그때보다 좋은 거 같아요."



또 어느 날은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저는 도움반 시절 때 왜 한글을 일부러 모른 척했을까요?"

"글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네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


"사실, 그때는 도움반에 있다가 일반학급에 들어가면 제가 방해꾼이 된 거 같았어요. 선생님도 딱히 관심을 가져주시지도 않고, 저는 괜히 수업을 방해만 하는 거 같고. 그래서 그냥 도움반에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음...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때부터 그냥 신경 안 쓰고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 후회되지? 5학년 때부터라도 선생님이 그때 하자고 했을 때, 조금씩 공부를 했으면 지금 훨씬 공부하기 수월했을 텐데."

"네... 좀 후회되긴 해요..."

"지금부터 공부하면 되지. 아직 안 늦었어. 충분히 할 수 있어, 인마."

"네!"



학업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성장을 하고 있는 의찬이,


그런 의찬이를 보면서 이번에도 아이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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