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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l 02. 2020

4년간 대학생활을 헛되이 보낸 자의 최후

간만에 대학교 친구 서빈이(가명)와 연락했다. 물론 서빈이도 나와 같은 초등교사다. 요즘 우리의 대화 주제는 주로 코로나 이후의 학교생활과 자기계발이다. 서로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고 있는지 공유하다가 갑자기 대화 주제가 대학생활로 바뀌었다.


나: 야. 근데 가끔씩 대학생활 떠올리면, 나는 그때 허비한 시간들이 너무 아깝더라. 그렇지 않냐?
서빈: 어 나도. 하... 진짜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ㅋㅋ 그때 쓸데없이 낭비한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독서로 채웠다면 좋았을 텐데...
나: 그러게... 너무 후회된다.




내 대학생활을 딱 세 단어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술', '게임', '연애'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대학교 새터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각종 스포츠 음료와 소주를 섞은 이상한 맛들의 술들 그리고 그것들을 억지로 마시라고 강요하는 선배들... 그때부터 나는 술이 정말 싫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술은 계속 마셨다. 왜냐고? 아웃사이더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술자리에 참석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인싸,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아싸'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술을 잘 마시면, 선배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술자리에서 선배가 주는 술을 주는 대로 잘 받아 마시고 끝까지 버티었을 때, '와... 얘는 술 진짜 잘 마신다. 대단하다.'라는 말이 그때는 왜 그렇게 듣고 싶었나 모르겠다.  


그렇게 술을 싫어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술자리 문화에 동화되어 술을 즐기고 있었다.    


대학교 3학년, 어느덧 나는 선배가 되었고, 학회장이 되어 술자리 문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학회장의 강력한 모습을 어필하고자, 깡소주 1병을 원샷 때리기도 했다. 하룻밤 동안 소주를 혼자 5병을 마시기도 했다. 술을 잘 받아 마시는 후배를 예뻐했고, 술을 잘 못 마시는 후배를 '찐따' 취급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술을 좋아하고 술을 강요하는 꼰대 선배가 되어 있었다.




술을 안 마시는 날에는 미친 듯이 게임을 했다. 당시 내가 빠져 있었던 게임은 롤이었다. 나의 귀중한 시간들을 순식간에 잡아먹는 마성의 게임이었다. 거의 하루에 최소 5시간 정도는 게임을 했으니깐, 5*4(년)*365(일)=7,300시간 이상의 시간을 낭비했다. 그 시간에 다른 거라도 배웠다면, 아마 나의 인생은 달라졌겠지...


게임을 많이 한다고 내가 게임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만년 실버였음...) 그냥 항상 마음속 깊이 허전함이 있었고, 나는 그 허전함을 게임으로 채우려고 했다. '할 게 없어서 그냥 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꼰대 선배답게 많은 새내기 후배들을 술과 게임의 세계로 끌어들였고, 대학시절의 30% 이상을 술과 게임으로 낭비했다.

   



마지막으로 연애. 나는 대학생이 되어 처음 연애를 해보았다. 뭔가 달콤했다. 그동안 비어 있었던 나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느낌은 오래가지 못했다. 권태기가 올 때쯤 나는 여자친구와 바로 헤어졌고, 또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그때는 몰랐다. 사랑에는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사랑뿐만 아니라, 동반자적인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애초에 딱 맞는 상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나와 딱 맞는 운명의 상대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미친 듯이 연애 상대를 찾아다녔다. 4년 동안,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사랑을 갈구했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나는 부끄러운 과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 아... 진짜 그때 왜 그런 식으로 시간을 허비했는지 모르겠다. 진짜 후회된다... 타임머신이라도 있으면 다시 돌아가서, 정신 좀 차리라고 해주고 싶다...ㅠㅠ
서빈: 야, 근데 생각해봐. 그때 그런 후회스러운 경험들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네가 있을 수 있을까? 너 요즘에는 되게 열심히 살잖아. 내 생각에는 그 경험들이 다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본다.
나: 야. 그래도...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서빈이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시절, 술자리 문화의 폐해를 누구보다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의미 없는 술자리 모임에 전혀 가지 않는다. 게임을 하루 종일 한다고 해서 마음속의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게임을 완벽하게 끊을 수 있었다. 많은 연애 실패를 통해,  내 마음속 근원적인 외로움은 타인을 통해 채울 수 없고, 나에게 딱 맞는 운명의 사랑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 내가 흑역사라고 생각한 경험들 또한 모두 나의 성장에 필요한 경험들이었다.


과거를 계속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이 순간'은 우리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영역이다. 과거가 그렇게 후회된다면, 지금 이 순간에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서빈아. 우리 진짜 열심히 살자.
 나중에 10년 뒤 과거를 돌아봤을 때, '한 치의 후회도 없다.'라고 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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