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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31. 2022

지난 1학기를 되돌아보며

내일이면 개학이다. 공식적으로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새학기를 맞아 지난 1학기를 되돌아보고 2학기에는 어떤 교육활동을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1. 아침 온라인 스터디

아이들에게 루틴과 꾸준함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 3월 2일 개학 다음날부터 아침 온라인 스터디를 한다고 공지했다. 선생님인 나도 아이들과 같이 온라인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아이들과 친밀감을 쌓고 모범을 보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스터디는 주말 포함 매일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운영했다. '매일 1시간, 365일이면 365시간, 10년이면 3650시간, 아침 시간을 이렇게 알차게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은 10년 뒤에 각각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논리로 아이들을 설득했다. 처음 3~4명으로 시작한 스터디는 이미 체험한 아이들의 강력 추천에 의해 점점 규모가 커졌고, 학기 말 즈음에는 15~16명까지 멤버가 늘어났다.


아침 스터디를 같이 한 친구들은 꾸준한 성취로 인해 '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이 높아졌고, 성적도 많이 올랐다. 나 또한 아이들 덕분에 아침에 자기계발을 강제로 해야 하는 환경설정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개선할 점- 


아침 스터디는 방학 때도 운영을 했는데, 이때 특이한 점을 발견을 했다. 선생님인 내가 여행이나 다른 일이 있어서 방만 만들어 놓고 며칠 못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면 스터디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수가 급격하게 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모방을 한다. 2학기에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더욱더 솔선수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 데일리 리포트

1학기 때는 아이들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간만 보다가 방학 직전에 데일리 리포트(하루에 한 일과 집중도를 기록한 것) 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데일리 리포트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인 메타인지력을 향상하는데 최상의 도구다. '이번 방학을 정말 알차게 보내고 싶은 사람은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하면 된다.'라는 말로 아이들을 꼬셨다. 2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참여를 했고(물론 마지막에는 10명 정도만 남았지만), 방학 기간 37일 동안 매일 학급 밴드에 하루 일과를 인증했다.


-고민-

학기 중에도 데일리 리포트를 쓰게 하자니, 일기 쓰기‧독서록 같은 다른 과제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부담이 가중될까 봐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일기 쓰기‧독서록을 포기하기도 애매하다. 데일리 리포트 같은 경우에는 매일 내가 검사를 해야 하는데, 2학기의 바쁜 일정상 살짝 부담스러운 감도 없지 않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3. 일기 쓰기

올해 이 학교에 부임을 해서 깜짝 놀랐던 점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인데도 불구하고 일기를 거의 써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아이들 말에 의하면 초등학교 3학년을 제외하고는 일기를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물론 7~8년 전부터 일기가 아이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한창 이슈가 되었고 다른 여러 이유로 일기를 점점 안 쓰는 추세이긴 하나,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고, 그 능력이 기르는 데는 글쓰기가 최고라고. 선생님 또한 브런치를 통해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글을 꾸준하게 쓰면 언젠가 선생님처럼 수익창출도 할 수 있다는 말도 곁들어서 해주었다.


나의 진심에 감명받아서일까 아니면 수익창출이라는 말에 혹해서일까 그 뒤로 아이들은 군말 없이 일기를 써왔다.


예상대로 몇 년 간 글을 쓰지 않은 아이들의 글 실력은 개판이었다. 일기에 대한 고정관념도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아침에 일어나서 똥 싸고 아침 먹고 학교 가고 점심 먹고 학원 가고 돌아와서 좀 놀다가 자고 이런 식이 었다. 굳이 하루에 있었던 일을 서술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평소 생각들이나, 아니면 하루에 있었던 특별한 일들 하나를 주제로 정해서 써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주제 잡는 것을 좀 힘들어하는 것 같아, 여러 주제들을 제시해주었으나 1달이 지나자 아이들은 스스로 주제들을 만들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 동기부여를 주고자, 잘 쓴 글들은 당사자에게 미리 허락을 받고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었다. 이런 식으로 쓰면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쓰는 아이들에게도 보상을 해주었다. 글 실력을 늘리는 데는 질보다 양이고, 계속 꾸준하게 쓰다보면 언젠가 이 아이도 글 실력이 늘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일기 검사 및 피드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일기를 정성스럽게 써왔고, 속마음이나 고민들도 일기를 통해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외모, 연애, 친구관계, 부모님 부부싸움, 가족, 성적, 학교폭력 등 아이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아이들의 솔직한 고민 일기 덕분에 난 좀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아이들의 고민해결을 도와줄 수 있었고, 심지어는 잠재적으로 학교폭력이 될 수 있었던 사건 몇 건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다는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글 쓰는 게 재미있어서 일주일에 2번이라는 정해진 일기 숙제를 초과해서 내는 아이들도 생겼다.


-계획-

2학기에도 적절한 보상과 세심한 피드백으로 아이들이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고 실력을 늘릴 수 있게끔 도와주려고 한다.



4. 노래 레슨

음악을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보고 '올해는 아이들에게 음악의 참재미를 알게 해 줘야겠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직접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중학생 때 악기 연주를 즐기는 음악 선생님을 보고 그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전자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을 들고 와서 즐겁게 연주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새로 기타, 바이올린 학원을 등록하겠다는 아이들도 생겼다.


이와 더불어 노래 동아리도 만들기로 결심했다. 노래는 따로 악기가 필요 없을뿐더러 비교적 아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소재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5명만 뽑을 예정이었으나, 지원자가 반 27명 중 17명이나 몰리는 바람에 인원을 좀 늘려서 오디션으로 12명을 뽑았다.


한 사람 당 적어도 레슨을 15분 이상은 봐줘야 했기에 월, 수반을 나누어서 수업 진행을 했다. 예전에 노래 레슨을 받던 경험을 살려서 처음에는 발성 위주로 가르치다가 후반에는 노래 부르는 스킬 위주로 가르쳤다.


-반성-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래 실력이 늘었으나, 몇몇 아이들은 오히려 그대로이거나 퇴보했다. 그 아이들의 실력이 오르지 않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나의 실력 부족. 처음이라 미숙해서 그렇다고 변명을 하고 싶다. 그래서 방학 동안에 나름대로 노래 연구를 좀 했다. 두 번째는 시간 부족. 사실 일주일에 15분 레슨으로 1학기 만에 노래 실력이 오른다는 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그래서 2학기 때는 동아리 인원수를 조금 줄여볼까도 생각 중이다.



5. 세금 내는 아이들

아이들의 경제관념도 기르면서 학급을 운영하는 시스템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세금 내는 아이들'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옥효진 선생님의 유퀴즈 출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우선 그대로 벤치마킹해보기로 결정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인터넷으로 통장과 도장을 주문하고 관련 양식들도 옥효진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 받았다. 학급 화폐 이름을 정했고(우리 반 화폐 이름은 구이: 구두쇠 이모의 준말) 헌법을 모방해 아이들과 세부적인 학급 헌법도 만들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학교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만큼 보상이 따르니 학교 생활이 더 재미있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반응 및 교육적 효과는 괜찮았으나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 번째, 무슨 일에든 보상을 바란다는 점이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선생님 제가 도와주면 구이는 얼마 주실 거예요?'라는 얘기를 초반에 아이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다. 때로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나서거나 도와줘야 하는 일인데도 보상부터 챙기는 아이들에게 한소리를 했다. 지금 반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열심히 보내기 위해서 경제와 연결시킨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 것일 뿐,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두 번째, 갈수록 빈부격차가 난다는 것이었다. 부유한 아이들은 동기부여를 받아 더욱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아이들은 동기를 잃어 더욱더 가난해지는 빈인빈 부익부의 사태가 나타났다. 이미 부자인 아이들은 현상태만 유지해도 보상이 충분하기에 나태해졌고, 가난한 아이들은 의욕을 아예 잃었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만든 시스템이 오히려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게 된 것이다.


이 문제점에 대해 아이들과 협의 끝에 개인마다 보상을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발표를 원래 많이 하는 친구가 오늘도 발표를 많이 한다면 보상을 줄 확률은 낮다. 대신 이 친구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전보다 적절한 톤, 어조, 목소리, 논리적인 문장 구조 같은 발표 실력이 늘어야 한다. 반면 발표를 평소에 잘하지 않는 친구가 용기를 내어 발표를 하면 점수를 준다. 새로 바꾼 방식 덕분에 가난했던 아이들도 다시 어느 정도 부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고, 학급 활동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방식에는 대부분 교사인 내가 임의로 판단을 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의 신뢰 덕분에 아직까지 나의 공정성에 문제를 삼는 아이는 없었다.


-계획-

2학기 때는 주식과 무역 개념을 도입할 예정이다. 옥효진 선생님처럼 주식시장을 내 몸무게와 몇 건의 힌트를 통해 운영할 건지, 아니면 실제 주식으로 운영할 건지 고민이다. 무역은 경제활동 시스템을 운영하는 다른 반과 하기로 약속했다.



6. 학부모 상담

1학기 초, 단 한 분도 빠짐없이 27명의 학부모님과 상담을 했다. 학부모 상담 신청 전 웬만하면 학부모 상담을 신청하셨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기에 부모님이 어떤 지를 잘 알아야 학생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부모님과 학기초부터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라포(=친밀감)를 형성해두면, 훗날 학생이 문제가 생겼을 때 상호 소통하기가 훨씬 용이할 것 같았다.


덕분에 나는 아이들을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학부모님은 선생님인 나의 교육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 관한 문제나 고민이 생겼을 때, 평소보다 편안하게 상담 신청을 하시는 경우도 많았다.


-개선할 점- 

난 말을 할 때 직설적인 편이다. 학부모 상담을 할 때도 가끔 '팩폭'을 날린다. 예전에는 팩폭을 날리는 것이 아이와 부모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실을 말하는 건 좋다. 하지만 너무 곧이곧대로 말하면 감정이 상한다. 감정이 상하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듣기가 싫어진다. 물론 학부모님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뭐라고 한 적은 없으나, 아마 기분 나쁘셨던 분들도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사실을 말하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금 에둘러서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겠다. 




1학기 때 정말 한 것이 없다고 자책하고 있었는데,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내가 1학기를 열심히 보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학기 때는 아이들이랑 더 알차고 즐겁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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