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면 좀 꼰대 선생님 같지만, 요즘 아이들은 정말 나약합니다. 조금만 야단맞아도 크게 상처받고,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고, 조금만 아파도 쉽게 눈물 흘리고. 제가 초임 발령을 받았던 8년 전과 비교해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해가 갈수록 체감적으로 아이들이 나약해져 간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여린 성향은 교실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교실 밖 운동장에서도 나타납니다. 오늘은 작년 체육 전담을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려워서 다리를 긁다가 피가 나니깐 놀라서 우는 아이, 친구가 패스 안 한다고 우는 아이, 게임이 잘 안 풀린다고 우는 아이, 넘어졌다고 우는 아이 등 한동안 체육시간에는 우는 아이가 넘쳐났습니다. 처음에는 교대를 다닐 때 배운 상담 심리 매뉴얼대로 아이에게 먼저 공감해주고 달래주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제는 4학년이 되었으니 이 정도는 혼자서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울음에 공감해주면 줄수록 아이들의 칭얼거림은 더 심해졌습니다.
"(엉엉 울며) 선생님, 너무 아파요."
"선생님, 오늘은 그냥 뛰기 싫어요. (눈물)"
"게임할 때 애들이 패스 안 해줘서 싫어요. (눈물) (사실 제일 많이 패스 받음)"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학년 아이들을 다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했습니다.
"얘들아, 선생님은 너희들이 좀 강해졌으면 좋겠다. 사실 너희들이 유치원생이면 이런 습관적인 울음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젠 4학년이잖니? 4학년이면 4학년답게 행동해야지. 체육 시간에 운동하다 보면 좀 다칠 수도 있고, 패스가 안 올 수도 있고, 게임이 잘 안 풀릴 수도 있지. 하나하나 일일이 다 반응하다 보면 체육은 언제 즐기니? (중략) 그렇다고 진짜 아픈데 참고 있지는 말고. 선생님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그 뒤로 아이들의 눈물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여자 아이들의 행동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습니다. 술래잡기류의 게임을 하던 와중 그날도 평소대로 학생 A는 제게 아프다며 눈물을 흘리며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쟤가 저를 밀쳤어요. 넘어졌는데 너무 아파요. (엉엉)"
A가 넘어지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저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A는 넘어졌다기보다는 체력이 달려서 주저앉은 것에 가까웠습니다. 친구가 밀쳤다기보다는 오히려 A가 친구를 잡으려고 하다가 넘어졌습니다. 세상 잃은 듯이 엉엉 우는 A를 보며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괘씸한 마음에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음... 그럼 선생님이 이번에 새로운 구역을 만들었거든. 울음 ZONE이라고. 많이 우는 사람들을 위한 구역이야. 여기서 실컷 울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게임하러 가면 돼. 알겠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B가 울면서 다가왔습니다. B 또한 습관적으로 눈물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선생님, 아까 넘어졌는데 너무 아파요. (엉엉)"
"아... 그래? 그럼 A랑 B 둘이 같이 울음 ZONE에서 울다가 괜찮아지면 오면 되겠다. 선생님은 다른 애들 잘하고 있는지 봐줘야 해서... 둘이 같이 울고 있어~^^"
(상대방의 우는 표정을 보고 본인들도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는 아이들)
"에잇, 뭐야! 그냥 게임이나 해야지!"
순간 A와 B가 동시에 눈물을 뚝 그치며 어떻게 선생님이 아이가 다쳤는데 위로를 안 해 줄 수 있냐며 차라리 게임을 하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 뒤로 A와 B가 울면서 제게 찾아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A와 B는 전보다 체육시간에 더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이 두 아이는 왜 변했을까요? 울음 ZONE에서 서로의 우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파악하기 힘들었던 자신의 안 좋은 습관을 본 걸까요? 혹은 더 이상 칭얼거림을 받아주던 선생님이 없다는 생각에 행동이 변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