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Sep 27. 2022

꼭 성과를 내야만 훌륭한 교육일까?

교직원 회의 시간,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애들이 대회 나가서 상 못 탈 수준이면 차라리 대회 안 보내는 게 나아요. 괜히 나가서 애들 자신감만 잃고, 패배감, 실망감만 생기고. 별 의미가 없어요."


"맞습니다!"


동의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의구심. 


꼭 성과를 내야만 훌륭한 교육일까?


신규 땐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성과를 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아이도 나도 상을 타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다. 청소년 과학 탐구대회 지도를 할 때는 평일, 주말 관계없이 아이와 밤늦게까지 남아서 함께 공부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농구부 지도를 할 때는 매일 새벽 7시에 나와서 아이들과 같이 체력 훈련하고, 주말엔 전술훈련과 경기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으나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아이도 나도 그동안의 과정들,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과학탐구대회를 함께 준비했던 아이들은 좌절감과 아쉬움을 맛봤고, 농구부 아이들은 패배 직후 '선생님이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했잖아요!' 하며 폭풍오열을 했다.


'그래... 나는 실패했지. 의욕적인 아이들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 정도밖에 결과를 내지 못하다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나의 교육에 의구심이 들 때쯤 아이들이 찾아왔다.


그때 나와 함께 했던 경험들 덕분에 이번에 독학으로 청소년 과학 탐구대회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탄 진경(가명)이.


선생님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했던 그때 그 순간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다던 농구부 아이들.


이 아이들 덕분에 깨달았다. 꼭 성과를 내어야 훌륭한 교육이 아님을. 나의 교육으로 인해 어떤 아이는 미래의 성과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고, 또 어떤 아이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꼭 상을 못 탔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교장 선생님께 되묻고 싶다.

교장선생님, 꼭 성과를 내야만 훌륭한 교육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습관성 울음에 대한 대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