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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pr 12. 2020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수면 상식 8가지

나의 생산성을 높이는 적정 수면량은 얼마일까?

잠시 고등학생 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 학교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했었다. 하버드대 출신(본인 피셜...)이라는 교장선생님은 남다른 철학이 있었는데, 바로 5당 6락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말이 4당 5락(4시간 자면 좋은 대학 가고 5시간 자면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한다는 비유적 표현)이었는데, 5당 6락 정도만 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나의 뇌와 몸이 망가지기 시작한 때가...


당시 우리 학교의 스케줄은 오늘날의 상식과는 전혀 반대되는 최악의 스케줄이었다.

-5:00 아침 기상

-5:00~6:30 검도 혹은 요가 시간

-6:30~7:30 아침식사시간

-7:30~8:30 학교 갈 준비

-19:00~24:00 자습실서 자율학습


난 검도가 너무나 싫었다.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머리! 머리! 머리!' 잠이 와 죽겠는데 억지로 몸을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반면 요가는 꿀이었다. 대부분 누워서 하는 동작이 많았기 때문에 전교생이 대부분 누워 잤던 기억이 난다. 하하... 요가 선생님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들은 잠을 많이 자는 것을 죄악시했다. '잠을 많이 자는 것=좋은 학교에 못 간다'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당시 유행하던 하버드 유학생 성공 실화 책들도 이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하루에 잠을 3시간씩 자면서 화장실에서 공부했다는 이야기들은 그들보다 잠을 많이 자고 있는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고,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만들었다.


성공하고 싶었기에, 좋은 대학을 가고 싶었기에 나 또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수면 패턴을 바꾸었다. 고등학교 입학 전 평균 10시간 수면 시간이었던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평균 4시간 정도 잠을 잤다. 어리석었던 나의 모습들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만 자도 멀쩡하다고 친구에게 자랑하던 그 모습이... 나의 성적은 곤두박질쳤지만 난 이것이 수면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노력과 의지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했고 더욱 잠을 줄였다. 이 패턴이 반복되자 학습된 무기력에 빠졌고 '나는 안돼.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다.'라는 고정적 사고방식을 그때부터 가지게 되었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책('숙면의 모든 것')의 핵심적인 내용들과 그동안의 노하우들을 알려주고자 한다.(이 내용들을 우리 반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었더니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적당량의 잠을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으니, 우리가 평소에 잘못 알고 있었던 수면 상식 위주로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1. 노력하면 잠을 줄일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잠을 줄여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우리는 주변에 잠을 줄여 일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 노력하면 잠을 줄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대신 수명이 줄어들 것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당뇨, 비만, 알츠하이머,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과 뇌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잠이 부족하면 생산성이 저하된다. 깨어있지만 멍한 상태가 지속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의 수면을 줄여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이렇게 반박한다. '난 괜찮아. 난 원래부터 잠을 잘 안자는 체질이야. 오늘 4시간밖에 안 잤는데도 괜찮아.' 분명 다 죽어갈 거 같은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괜찮다고 한다. 만성 수면부족의 무서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당사자는 무언가 잘못되어감을 느끼지 못한다. 이들은 수개월 간 혹은 수년, 수 십 년간을 이런 패턴을 지속해왔으니 지금의 컨디션의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잠을 적게 자는 것을 일종의 훈장처럼 여긴다. 마치 내가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3시간 자도 멀쩡하다고 자랑한 것처럼 말이다... 잠을 적게 자도 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의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잠을 충분히 자면서 높은 생산성과 훌륭한 성과를 보인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잔 것으로 유명하다. 로저 페더러, 비너스 윌리엄스, 마리아 샤라포바, 우사인 볼트 또한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잔다고 한다.


2. 성인 적정 수면시간은 7시간이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성인의 최적 수면시간은 7시간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것은 평균일 뿐이다. 사람들마다 각자 살아온 환경, 유전자, 먹는 음식, 침구류, 같이 자는 가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최적 수면시간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환경에 따라서도 적정 수면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나의 적정 수면시간은 약 7시간 10분이지만, 군대에서의 내 적정 수면 시간은 8시간이었다. 군대 생활관 내의 동기들이 코를 많이 골았기에, 양질의 수면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균의 허상에 속지 말라. 자신에게 최적화된 적정 수면시간을 찾자.(기준은 깨어났을 때의 개운함을 척도로 삼자.)


3. 성장호르몬은 오후 10시~새벽 2시에 분비된다?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내용이다. 최근에도 건강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얘기다. 결론을 말하자면 틀렸다. 중요한 것은 시간대가 아니라, 최초의 비렘수면이다.(우리의 수면은 비렘수면과 렘수면으로 구성이 된다. 비렘수면에서는 몸과 뇌가 휴식을 취하지만 렘수면에서는 몸은 이완되어 있지만 뇌는 활발하게 움직인다. 우리가 흔하게 꾸는 꿈은 렘수면이다.) 최초의 비렘수면에서 70~80% 정도의 성장 호르몬(노화방지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때문에 잠이 든 직후에 깊은 비렘수면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성장 호르몬도 분비되지 않는다. 최초의 비렘수면의 질을 향상하도록 하자!


4. 낮잠 자는 것은 무조건 건강에 좋다?

이것도 개인차에 따라 다르다. 평소에 적정 수면시간을 지키는 사람은 낮잠이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나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거나, 어쩔 수 없이 잠을 줄여야 하는 경우에는 임시방편으로 낮잠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말 그대로 임시방편이다. 낮잠이 밤에 자는 양질의 수면을 대체할 수 없다. 낮잠은 10~20분 정도가 적당하다. 그 이상이 되면 밤의 수면에 지장을 주게 된다.


5. 블루라이트는 무조건 나쁘다?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눈에 보이는 빛) 중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푸른색 계열의 빛이다. 파장이 짧으면 자외선에 가깝고 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으며 망막에 도달하기가 쉽다. 태양빛을 인식하게 되면 생체리듬이 초기화되고 각성 상태가 되는데, 블루라이트도 태양빛과 비슷한 기능을 하게 된다. 밤에 휴대폰을 하거나 컴퓨터를 하게 되면 각성 효과를 받아 잠이 안 올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내가 야간근무를 하거나 낮에 잠이 오는 경우에는 일부러 블루라이트를 쐬어 각성 효과를 받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꿀팁 : 필자의 경우 저녁 7시 이후에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에는 항상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낀다. 분명 효과가 있다!)


6. 아침형 인간은 저녁형 인간이 될 수 없다?

사실 이 부분은 수면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는 것 같다. 2개월 전에 읽은 메슈 워커 박사님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는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혼합형 인간은 유전적으로 타고났고 이 패턴을 바꾸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숙면의 모든 것'의 니시노 세이지 박사님은 우리 몸은 순응성이 있기 때문에 빛과 심부 체온(내부 체온)을 활용하여 규칙적으로 생활을 바꿔나간다면 패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난 후자의 편을 들고 싶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최근 2달 사이 저녁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었다.)


7. 몸이 따뜻해지면 잠이 잘 온다?

저녁에 목욕이나 샤워를 하고 2~3시간 뒤에 잠을 자면 꿀잠을 잘 수 있다. 우리는 이 이유를 몸의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핵심은 심부체온(몸 내부의 체온)이다. 심부체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피부 온도와는 좀 다르다. 결론적으로, 심부체온이 낮아지고 피부온도가 높아지면 잠이 잘 온다. 다시 샤워 혹은 목욕으로 돌아가 보자. 따뜻한 물을 통해 우리의 혈관은 확장이 되고 확장된 혈관을 통해 우리 몸 안의 열(심부체온)은 서서히 빠져나간다. 하지만 목욕을 하는 중 이미 심부체온 또한 많이 상승된 상태이기에 열기가 빠져나갈 2~3시간의 시간을 두고 잠을 자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럼 수면 양말은 수면에 도움이 될까? 수면 양말 자체가 심부 체온의 열기가 빠져나갈 공간을 막기 때문에 오히려 수면을 방해한다고 한다. 자기 전에 족욕이 수면양말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8. 아침 식사를 하면 수면에 좋지 않다?

아침 식사에 대한 논쟁은 학자들 사이에서 끊이지를 않는다. 하지만 수면의 관점에서만 보면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맞다. 아침식사는 체내 시계의 초기화를 시켜준다. 즉, 아침식사를 하는 행위는 우리 몸에게 하루가 시작되었으니 각성을 하자고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아침 식사는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난 위 내용들을 특히 부모님들이 숙지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생존 시스템 작용에 의해서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게 되어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의 잘못된 수면습관을 모방해 자신도 모르게 피해를 볼까 봐 두렵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적게 자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거나 멋있게 여기는 문화가 남아있다. 부디 올바른 수면 지식이 전파되어 우리나라의 수면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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