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초, 중, 고의 학창시절을 보낸다.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예외는 없다. 그렇다. 선생님인 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초, 중, 고 시절을 보냈다.
내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암울하기 그지없다. 특히 그 시절 만났던 최악의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물론 좋은 선생님들도 계셨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중학생 때 음악 선생님, 중3 때 담임선생님은 내 인생에 정말 좋은 영향을 주신 고마운 분들이시다.
하지만 인간은 부정편향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이상하게 학창시절의 선생님들만 생각하면, 최악의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이 선생님들과의 아픈 기억들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나를 괴롭혔다. 심지어, 학교 근처는 가기도 싫었다. 선생님이 되는 것이 죽도록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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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선생님이 되었다. 차라리 선생님이라는 개념을 평생 미워하기보다,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되어 선생님의 대한 인식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오늘도 나는 학창시절 최악의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다짐한다.
나는 이 사람들 같은 선생님은 절대 되지 않겠다.
다시는 나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그 시절 온갖 나쁜 선생님의 표본이었다. 이 선생님은 나의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첫 번째, 수업에 충실하지 못했다. 이 선생님은 맨날 수업은 안 하고 자습을 시키거나 반장인 나에게 국어 수업을 맡겼다. 정말 제대로 된 수업을 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리고 우리가 자습하고 있는 시간에 본인은 음악실에 올라가서 악기 연습을 했다. 우리들이 수업 시간에 무얼 하던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했다. 악기에 계속 심취하더니, 학생 동아리도 하나 만들어서 전국대회도 나갔다.
'근데, 어라?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탔네?'
어느 날, 방송국에서 취재가 왔다. 방송에서는 훌륭한 국어 선생님이면서, 음악에도 열정적인 멋진(?) 선생님으로 나왔다. 학교 어른들은 좋다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학생인 우리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두 번째, 폭력적이었다. 학생이 별 잘못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체벌을 가했다.
최근에 중학교 동창끼리 만났을 때도 거론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친구가 쉬는 시간에 교실 밖을 나섰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뺨을 때렸단다. 친구가 너무 화가 나서 '왜 때리세요!'하고 대들었더니, 그 사람은 10초 정도 고민하더니 '나도 모르겠다.'하고 갔다고 한다. 학생인 우리들이 보기에는 학생을 때리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중2 수학여행 때였다. 전 날 친구들과 밤새서 논다고 6~7명의 친구들과 함께 버스에서 정말 깊게 잠들었다. 아무도 우리를 깨우지 않았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이 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깼다.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깜짝 놀라 후다닥 선생님이 있는 버스 앞칸으로 갔다. 순간 그 사람은 내 뺨을 후려쳤다. 뺨 한 대를 맞고 정말 쓰러질 뻔했다. 며칠간 이명이 들렸다. 때린 이유는 이랬다. 우리가 잠든 사이, 버스는 견학 장소에 이미 도착했다고 한다. 견학을 다하고 전교생 대표로 1반 반장인 내가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때서야 담임은 내가 없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담임은 다른 반 선생님과 관계자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고 한다.
요즘 시대였으면, 정말 큰일 날 일이다. 담임이 인원 파악도 안 하고 견학장소로 이동한 후, 그 책임을 학생에게 물어 학생의 뺨을 후려친다라...
세 번째, 청렴하지 못했다. 중2 반장선거 때, 담임은 계속 내가 반장선거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 '야, 너는 그렇게 반장을 많이 하고도 또 하고 싶냐. 욕심이 왜 이렇게 많냐?' 하면서 따로 불러서도, 친구들 앞에서도 나를 이상한 학생으로 만들면서까지 설득시켰다. 화가 나서, 반장 선거에 나갔고 반장이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반 한 학생의 어머니에게 촌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나를 설득한 거고... 내가 졸업한 뒤에도 이 선생님의 활약(?)은 계속 이어져, 결국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선생님을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중학교 동창끼리 모이면, 이 선생님에게 두드려 맞은 이야기, 폭언을 들은 이야기, 가식적인 모습들 등에 대해서 얘기가 나온다.
이 밖에도 많은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신체검사 때, 남녀 모두 팬티만 입고, 한 반에 모아서 신체검사를 했던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지금 옆에 있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 적이다. 일단 대학을 잘 가야 한다. 너네는 공부하는 기계여야 한다.'라고 했던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 친구 문제로 상담을 했더니, '지금 네가 힘든 것은 중학교 때 1등만 하다가, 고등학교에 와서 1등을 못해서 그런 거다.'라고 얘기했던 국어 선생님.
이 선생님들과의 안 좋은 기억은 아직도 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
가끔씩 학부모 상담을 하거나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조금 섭섭할 때가 많다. 아직도 15년 전, 30년 전을 생각하시고 교사들을 공격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꽤 많다.
솔직히 이해는 된다. 내가 만약에 선생님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면, 나도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 중에 한 명이었을 수도 있다.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어릴 적(학창시절)에 안 좋은 사건들을 겪었다면... 예전의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교사로서, 이분들에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학생에 대한 폭력, 폭언, 체벌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청렴하지 못한 교사도 학교현장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과거 교육에 부조리함을 느끼셨던 많은 선배 교사분들이 지금의 교육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오셨다. 그리고 그 당시 부조리한 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의 일부도 어느덧 교사가 되어, 더 이상 자신들과 같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교사분들에게 차가운 시선이 아닌,
조금만 더 따뜻한 응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