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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Nov 06. 2019

누구나 며느리기를 겪는다

민담으로 본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이 글은 “모든 고통은 성장을 위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경희소장의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기술했습니다.



대학원 수업시간에 만난 A 씨의 대학원에 입학한 이유는 특이했습니다. 둘째 며느리인 A 씨는 착하다는 이유로 시가에 수시로 불려 가는 걸 피하기 위해 대학원에 왔다고 했습니다. 착한 아이로 자란 그녀에게 시어머니의 말씀을 거부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어서 합법적인 도피처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나마 요즘 시대는 며느리의 지위가 상승해서 시가의 횡포가 덜할 텐데도 이런 사례들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결혼한 여성만이 겪는 특별한 시기인 소위 ’며느리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시기는 여성이 결혼하면서 생긴 또 하나의 가족에 적응해가는 시기입니다. 여성은 결혼 초부터 자신이 시가에서 딸인지? 남인지? 약간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적응을 합니다. 아마 요즘 시대에는 시어머니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들도 딸과 비슷해 보이는 며느리를 맞으며 그녀가 딸인지? 남인지? 아들을 차지한 경쟁자인지? 혼란스러운 마음일 것입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맞게 된 대상입니다. 이들은 결혼과 함께 새로운 가족 중에서 어쩌면 가장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결혼한 여성에게 시어머니의 존재가 심리적으로 경험되는 것은 마치 새어머니를 맞이하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며느리들이 처음엔 시어머니가 낯설지만 가족처럼 친밀하게 지내려 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어머니에게 드리려 하고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려고 하다가 어느 날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동안 자신이 시어머니에게 딸인지, 남인지가 헷갈렸던 것입니다. 그제야 비로소 며느리는 그동안 시가에 무조건적으로 맞추려던 태도에서 벗어나 주체로서의 태도를 표명하며 며느리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혼한 여성이 겪게 되는 시어머니의 경험이 개인의 심리적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민담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콩쥐팥쥐에서 새어머니의 의미


민담은 분석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민담은 어린 시절에 많이 접하지만, 민담이 만들어진 과정은 구전(口傳)에 의해 전해지고, 또 전해지면서 틀을 갖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안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성장과 관련된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어른들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민담 중에는 아이들이 읽기엔 잔인한 부분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콩쥐 팥쥐 이야기를 볼까요?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상황들은 인간의 삶과 관련된 상징적 표현으로 봐야 합니다.

 

이야기는 콩쥐의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계모와 팥쥐가 들어오는 것으로 전개됩니다.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서부터 새어머니는 구박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콩쥐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원님의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콩쥐는 가고 싶었지만 계모는 물독을 가득 채워 넣고 오라고 했습니다. 콩쥐는 열심히 물을 채워보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죠.. 낙심한 나머지 울고 있는 콩쥐에게 어디선가 두꺼비와 참새들이 나타나 도움을 줍니다. 그리하여 콩쥐는 잔치에 가서 원님을 만나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콩쥐 팥쥐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친부모의 밑에서 편안한 아동기를 지나 계모를 만난다는 것은 콩쥐의 인격에 새로운 시련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여성에게 시어머니의 의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 밑에서 안정적인 양육을 받다가 한 단계 더 나은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콩쥐는 계모가 유발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욕구를 잃지 않고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에겐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내면의 욕구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콩쥐가 물독을 채우려고 애를 쓰고 있을 때 난데없이 두꺼비와 새들이 등장하여 도움을 줍니다. 두꺼비와 새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콩쥐안에 있지만 활성화되않고 있던, 내안의 긍정적 힘들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며느리 기는 이와 같이 결혼한 여성이 겪는 과업 중에 하나입니다. 시어머니를 친모로 착각하는 것은 계모의 기준에 맞추다가 자신의 주체적 독립을 잃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시어머니의 계모적 특성을 회피하기만 하는 것은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회피는 스스로를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콩쥐처럼,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태도를 취할 때야 말로 비로소 내 안의 힘들이 활성화되어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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