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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Jun 19. 2020

남들은 부러워하지만,
스스로 자꾸 위축되는 이유  

전문직 A양은 유복한 부모님 아래에서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부담스럽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어딘가 위축되는 기분이 들죠. 이렇게 외부적인 요인이 갖추어지더라도 '나답게' 살지 못한다면 우울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나 답게 사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이고,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알아봅시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A양(33세)은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부모님과 좋은 학교를 졸업한 전문직 여성이다. 어린시절부터 들어온 부모님의 “베풀며 살아라”, “양보하는게 미덕이다”, “남욕은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등의 말들에 대해서 그녀는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넉넉하고 평화로운 A양의 가정환경은 약간은 종교적인 태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인보다는 타인중심의 삶이 잘사는 것이며 삶의 중요한 미덕이며 가치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A양은 친구들의 배신과 이용당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세상을 믿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친구를 만나도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남들의 이야기만 듣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했다. 점점 삶이 재미없게 느껴지고, 우울감이 생기며 그녀는 활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A양이 방어적으로 변해갈수록 주변 사람들은 더욱 멀어져 갔고, A양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더욱 어렵게만 느껴졌다. 


과연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인간에게 주어진 과업의 수행과 관련이 있다. 인간은 탄생과 함께 내삶의 주체로서의 자아를 성장시키는 것과 외부세계에 적응하는 사회화되는것, 두 가지의 과업을 지닌다. 얼마나 자신의 욕구를 바탕으로 이 과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나답게 산다는 것’의 정도가 달라진다. 



내면세계에 귀기울이는 내부안테나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일수록 자아는 성장한다. 나에게 귀를 기울이는 안테나를 가진다는 것은 ‘~하고 싶다(would)’는 나의 욕구나 감정을 스스로 깨닫고,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누구나 신체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과정은 알지만, 자아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멘탈이 안정적인 사람을 보면 참 잘 자랐다고 하고 그들에겐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욕구를 존중해주는 부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뿐이다. 


‘~하고 싶다(would)’와 같은 내면의 욕구를 잘 포착하는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기질대로 자신의 욕구를 잘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외향적이면 외향적인대로, 내향적이면 내향적인 기질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듯 자아의 성장은 내면에서 올라오는 욕구가 존중되었을 때 우리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내면의 욕구를 중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묵살하기도 한다. 자신의 욕구를 중시하려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만 알고 제멋대로 하려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유교적 잔재가 있는 곳에서는 개인보다 가정이, 가정보다 사회가 우선이고, 사회의 요구를 따르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며 암묵적으로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보다 외부의 소리를 더 중시하면 겉으로 보기엔 예의바르고 모범적으로 성숙한 것처럼 보이나 자아의 힘은 점점 약해져서 성숙이 어렵게 된다. 자신의 욕구를 믿고 표현해본 적이 없으므로 스스로의 감정이나 욕구를 신뢰하기 어렵고 관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주저스러워진다. 이는 내삶의 주인인 내부안테나가 작동되지 않고 외부안테나가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여 타인의 시선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외부세계에 귀기울이는 외부안테나


우리가 가진 또 하나의 안테나는 타인이나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차리는 외부안테나이다. 인간은 내면의 욕구(would)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부여하는 ‘~해야 한다(must; should)’와 같은 사회적 규범을 배우고 익히면서 사회적인 인간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어릴 때 세상에 하나뿐인 왕자와 공주처럼 살다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공주가 아닌 평민임을지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적 질서와 규범을 익히며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가 바로 사회화 과정이다. 이처럼 인간의 심리적 발달은 자아를 중심으로 한 내부안테나와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도 하는 외부안테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비교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나 자신 보다는 남들의 시선에 집중하기 쉽다. 마음의 에너지가 외부안테나 쪽으로만 기능하면 나의 존재와 의미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데 집중된다. 가령 타인의 시선으로 산다는 것은 부모나 선생님, 친구, 직장상사, 시댁 등의 기대 등에 자신을 맞추며 사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의 삶, 특히 여성의 삶과 가까이 있다. ‘착하다. 이해심 많다. 인내심이 많다. 배려가 많다, 남을 잘 챙긴다’ 등과 같은 말로 설명되는 삶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살면 A양과 같이 삶의 활력이 서서히 사라지며 내 마음조차도 알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우울과 무기력감이 찾아온다. 



나 답게’ 산다는 것


내 삶의 가치와 의미는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중심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정작 나라고 하는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없고 사회화만 잘된 사람은 남들이 볼 때는 영혼이 없는 모범생처럼 느껴지고 인간적 활력이 없는 교과서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정보다는 객관적이고 공적인 태도가 우선이다. 그래서 공공의 이익이나 태도를 우선시하며 외부상황에 맞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느낀 사적인 감정들은 표현을 허락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억압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초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자신을 억압하고 외부에 맞추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자신의 내면과는 멀어질 때 생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믿을 수가 없어 불안하고 우울하다. 자아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알아차리기

내부안테나가 잘 작동되도록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아무거나 괜찮아요’ ‘뭐든지 괜찮아요’ ‘편하신대로 하세요’등과 같은 말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나의 감정과 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선택하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정확히 알고 나면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말 안하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식의 태도는 자신의 존재감을 덜어내는 행위다. 마음의 소리는 관계에서 표현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고 오히려 마음의 병이 생기게 된다. 표현되는 것으로 선택한 말과 행동은 자신에게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 결과를 확인하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난 것은 관계에서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와 함께 사회적 적절성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으로써 나답게 사회화되는 과정을 겪어가는 것이다. 나는 중심에 없고 외부에만 초점화된 사회화는 나다움은 없고 사회화만 되는 것이다. 


우리 안에는 내부안테나가 주인공이 되어 내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 토대에서 외부안테나가 작동되어야 자신의 시선으로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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