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by 감정수집

함께쓰기 모임에서 글쓰기 연습으로 작성한 내용인데, 이 글을 쓸 때 감정 변화가 좀 심했던 터라 글이 너무 어렵게 써졌네요. (의식 가는 데로 ㅋㅋ)



35살의 유언장


생각해보니, 그리 구분 지을 필요가 없었다. 소중한 사람, 나쁜 사람 아니면 그저 스쳐 지나간 사람들. 누구도 완벽히 선하지 못하고, 누구도 완전히 나쁘지 않다. 그냥 내 안에 만든 두터운 선이 그들을 구분 지었을 뿐. 어쩌면 나도 그들에게 선 안의 혹은 선 밖의 두 영역 중 한쪽에 속한 사람일 텐데 말이다. 그런 그들이 있어 ‘나’가 그리고 ‘내’가 생겼는데 말이다. 전하고 싶다. 그런 ‘나’를 만들어준 모든 사람에게 쓸데없이 구분 짓고 살았던 ‘내’가 미안하고, 감사하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탄생은 우연이었다. 부모님이 있기에 ‘내’가 생겼다고들 하지만 그건 필연이 아니다. 그저 우연이다. 그래서 인생은 알 수 없는 건가 보다. 시작부터 ‘내’ 선택으로 시작된 게 아니니까. 또 삶을 사는 동안도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스스로 개척하고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고집했건만 돌아보니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모든 우연이 ‘나’를 만들었고 간간이 선택 의지를 불태웠던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우연의 존재자를 만들었다.

이런 ‘내’ 모습은 이제 종적을 감추려 한다. 조용히, 자연스레, 마치 ‘내’가 없었다는 듯 사라지려 한다. 사람들이 간혹 ‘나’를 떠올리겠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그들이 소유한 ‘나’ 일뿐. 그러니 아쉬움은 없다. 미련도 없다. ‘내’ 모든 우연은 다시 우연으로 흩어질 뿐이다. 그러니 ‘내’가 없음을 슬퍼할 필요 없다. 얼핏 ‘나’를 떠올린다면 그저 웃음 지어라.




어떤 사람이든 그리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에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만일 진정 마지막 순간에 다다른다면 구분 짓고 편견 했던 모습들이 가장 후회스럽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나를 스쳐 지난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하고 싶어요. 그 우연한 만남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요.


인생은 정해진 모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우연히고, 그 무엇도 다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넓게 본다면 말이지요. 하지만 순간순간 내가 어떤 우연을 맞이할지는, 그런 것은 스스로에게 달려있겠지요.


혹시 내가 떠난 후 나를 떠올린다면 슬퍼할 필요 없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길 것 같아요. '나'는 남들이 만든 다른 사람들 속의 '나'이고, '내'는 내가 스스로 만든 '내' 모습을 말한 건데요. 사람들 속의 내 모습은 진정한 내가 아니라 모두의 마음 각각에 들어있는 투영된 나의 모습들이잖아요? 그 모습이 꼭 좋게만 남아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혹시 내가 떠오른다면 한 번 웃고 넘기라는 말이었네요.



누가 묻더군요.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남기를 원하냐고 남에게 보여지고, 남겨지고 싶은 모습이 있을 거 아니냐고 말이지요. 저는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답변은 이랬죠.


저는 남에게 보여지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억지로 만들긴 싫어요. 나는 오롯이 나를 위해 온전히 내가 나이고 싶은 모습일 때 그때, 옆에 함께인 사람이 좋고 그 사람들 위해 더 나답게 노력하는 인생을 살겠습니다.


스스로에게, 우리에게 좋은 모습일지라도 남에겐 악행이 될 수도 있어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잖아요? 우리가 돈을 버는 일 그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자본주의 구조는 그렇지 못해요. 그렇듯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려고 잘 보이려고, 멋져 보이려고, 좋아 보이려고, 친절해 보이려고, 착해 보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러니 자신 스스로가 되려고 노력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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