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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ul 16. 2018

현상

#020_현상

평일의 거리는 여유롭다. 주말 내내 북적이던 사람들에 질린 탓인지 한적함을 누리고 싶어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았다. 여행으로 왔지만 오늘은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 글도 쓰고 싶지 않고, 사진도 찍기 싫다. 한적한 이곳, 묻히듯 앉아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나무 조합의 인테리어는 밖에서 들어오는 흰 빛도 누런 빛으로 바꾸어 버린다. 간결한 인테리어에서 주인의 성격을 엿본다. 뜨거운 햇살의 날씨에도 빠른 비트의 재즈와 산미 향 커피로 경쾌하다. 


소리에 맞춰 한쪽 발끝을 까딱거리며 분위기를 누린다. 저녁은 뭘 먹을까? 아직 4시간이나 남았지만 여기서 몽땅 소비할 작정이다. 


무엇에도 부여되지 않는 의미, 부여하지 않는 의미, 의미 없는 까딱거림과 하염없는 낭비. 시선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어느 의도도 없이 다가온다. 아무것도 지난날과 투영되지 않는다. 


간혹 지나는 사람들로 이 곳이 멈추지 않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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