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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ul 20. 2018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024_현기증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다. 지난밤 주아와의 대화 때문이다. 평소엔 잘 들어주는 편인데 어제는 가득 찬 세숫대를 엎지르듯 쏟아져 버렸다. 주아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내가 그 상황이라도 그런 심정이었을 테다. 문제는 일관적이지 못한 나의 태도다. 한 날은 잘 들어주면서 다른 날은 짜증내는 그런 모습 말이다. 


사람을 대할 때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나는 두 모습을 지니는데, 지난주 중화요릿집에 가선 착석과 동시에 짜장면을 고르더니 어제는 선택하지 못해 주아가 짜장면을 고른 후에야 짬뽕을 선택했다. 분명 지난주와 어제의 나는 같은 사람인데도 이토록 이질감 있는 것이다. 가끔 내 안에 다른 나와 육체를 번갈아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신체의 건강상태도 그에 맞춰 간다. 강인한 나를 마주할 때면 과음을 하거나 체력소모가 많아도 금세 회복한다. 반면에 우유부단한 나를 상대할 때면 누군가 권하는 맥주 한 잔도 마시지 않는다. 맥주 한잔에도 몸을 가눌 수 없다. 어쩌면 반대인지도 모르겠다. 체력이 약할 때 우유부단한 내가 발휘되고, 스태미나가 넘칠 때 강한 내가 발현되는 것처럼.


다른 친구들도 이런 고민이 있을까? 그들도 겪는 일인데 한결같아 보이려 애쓰는 걸까? 아니면 나만 이러는 걸까? 그 사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보려도 언제나 양갈래로 대립되는 성질을 조화시키기 어렵다. 


또 고민이 길었다. 종잡을 수 없는 나를 마주하려니 약을 먹지 않고선 두통을 이겨낼 수 없다.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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