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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Aug 07. 2018

술자리

#038_공간

'찬 음식은 안됩니다. 술도 안돼요.'


금주 3개월째, 어쩌다 이 나이에 소화기관이 망가졌을까? 아직 한창 즐길 나이인데, 게다 맥주는 절대 금물이라니 도대체 인생 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맥주 한잔 즐거움 없이 어떻게 버티라고. 아, 오늘은 진짜 안 되겠다. 요즘같이 더운 날 맥주 한잔 안 하고는 못살겠다. 번개다.


준혁: 오늘 저녁 가산

동석: 난 오늘 약속 있음

진호: 늦게 끝남

건재: 몇 시?

준혁: 30분 후 도착

건재: ㅇㅋ


마시려면 혼자라도 마실 수 있겠지만 버텨온 노력을 가능한 나누고 싶다. 이 자리를 위해 버텨왔다는 걸 인정받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느끼고 싶었다. 박수 한 번이라도 받아야 더 즐겁게 마실 수 있지 않겠는가?


"소주하나 맥주 하나 주세요"


건재는 헬스를 마치고 바로 나오는 터라 원샷 비율로 깔끔하게 털어 넣고 싶었나 보다. 


"이야~ 그래, 날도 더운데 시원하게 시작하자"


간단하게 한 잔 할 생각이었지만 술자리에 앉자 갑자기 즐거움이 솟구친다. 이런 느낌으론 화끈하게 마셔도 될 것 같다. 나는 한껏 들뜬 기분으로 소주와 맥주가 섞인 잔을 손목 스냅으로 돌려댄다.


"건재야, 내가 이게, 이게 말이야, 무려 3달 만이잖니. 먹자!"


"야, 너는 벌써 그래서 어떡하냐"


"모르겠다. 아프면 병원이 고쳐주겠지, 일단 마시자"


시원하게 한 모금 하자, 난잡했던 시야가 우리의 테이블 안으로 집중된다. 한평 도채 안 되는 우리의 술자리로 희로애락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와~ 날이 어찌나 더운지, 헬스 끝나고 찬물을 그렇게 들이부어도 열기가 안 빠져나가더라. 이거, 이거 한잔하니까 완전 끝나네"


"그래? 나도 좋다. 내가 이거 없이 어떻게 인생 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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