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시콜콜 Aug 06. 2018

식감

#037_식감

통째로 먹긴 뜨겁지만 잘라먹으면 탱글 거리는 느낌을 온전히 전달받을 수 없다. 포크로 중간쯤을 콕 찍어 끝 부분부터 한입 베어 물어야겠다.


"야 좀 잘라먹어, 얌전하게 생겨서 음식만 보면 게걸스러워 지냐. 너 여기 입구 들어오기 전, 후로 완전 다른 사람이야."


어차피 생기다 만 거 먹을 땐 남 눈치 보기 싫다. 


"야 닥쳐, 먹을 때 건들지 마"


"어머, 넌 먹을 때 입도 걸어지는구나?"


"몰랐니?"


맥주를 먼저 한 모금하고 먹을까? 한입 먹고 맥주를 한 모금할까? 오늘따라 안주가 늦게 나왔으니 일단 이거부터 먹자.


(소시지를 끝부분부터 크게 한입 넣고 힘차게 물어뜯는다.)


"꽈득"


"야, 히히히 너 정말 웃겨"


역시 튀긴 음식은 진리다. 입속 가득 고소한 기름 냄새와 육즙 향기가 목을 지나 코로 뿜어져 나온다. 처음 몇 번 씹을 동안 오동통한 소시지의 툭툭 터지는 느낌이 턱관절을 타고 말초신경으로 전해진다. 단번에 잘리지 않고 어느 정도 이빨에 힘을 가했을 때 끊어지는 감각, 그것은 맛이다.


육즙은 나를 서서히 중독시키지 않는다. 껍질이 터지는 그 맛과 함께 단번에 쓰나미 친다. 미더덕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마 사람들은 이런 맛 때문에 미더덕을 먹을 것이다. 이빨과 혀는 소시지를 완벽히 분쇄하며 모든 맛을 끌어낸다. 코의 향기, 혀의 맛 그리고 안면의 모든 근육 기관이 맛을 탐한다.


"이야~ 끝내 주는구먼, 한잔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진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